카메라타 서울 SNS/음악지 칼럼

자연스러움을 잃은 연주자

Conductor 2010. 7. 11. 21:17

스페인이 낳은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는 평생을 독신으로 수도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자연을 소재로 많은 자연친화적 건물을 지었지요...

가장 완벽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라 했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독창적이 된다 라고도 했지요...

자연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라고도 했구요...

 

그 자연은 여러 가지 삶이 있습니다.

마당의 잔디밭을 거닐며 그동안 자란 잡초들과 씨름을 했습니다.

고약한 넝쿨은 다른 나무를 칭칭 감고 올라가 숨을 죄고 있구요...

그런 고약한 놈일수록 뿌리는 깊지요...

멀리 떨어져서 보면 자연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서로 공존하고 있어요...

 

인간의 필요에 의해 그 자연을 정리합니다.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클로버와 잡초가 번식하지 못하게 막지요...

넝쿨과 보기 싫은 잡목들은 제거합니다.

잔디는 꽃밭을 침범하지 못하게 차단용 고목을 잘라 땅에 심구요...

 

가우디의 말대로 자연은 직선이 없이 곡선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부딪치지 않고 부드럽게 융화하지요...

 

젊은 음악가가 텔레비전에 출연해서 장르가 다른 발레와 접목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를 즐기지요...

인터뷰 중 한 마디를 합니다.

“오늘 여기저기 너무 바쁘게 움직여서 짜증이 났어요. 하지만 여러 사람과 같이 작품을 만들 때에는 전혀 티를 내면 안 됩니다. 한 사람이 짜증을 내면 나머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요. 무대를 망치게 됩니다.”

저마다 개성이 다른 예술가들이 더구나 장르도 다르니 부딪칠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이 젊은 연주가는 이미 앙상블의 기초를 터득하고 있었어요...

 

저녁을 먹은 후 해 넘어간 잔디밭으로 다시 나갑니다.

저녁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자연의 향기를 맡고 싶었지요...

자연의 향기란 매우 세밀한 면이 있어요...

집안에 들어와 창을 열어놓으면 물론 신선한 공기는 마실 수 있지요...

하지만 창틀을 경계로 자연의 향기는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선이 뚜렷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자연의 향기를 마시려면 반드시 마당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러니 현대인들이 사는 건물 안에서는 밖의 자연의 향기를 도저히 알 수 없답니다.

 

피아니스트들이 발레 음악의 반주를 꺼린다고 해요...

발레의 호흡과 연주가의 호흡이 맞아야 하거든요...

맞추기가 힘들지요...

그러나 이미 그 선을 넘어선 프로라면 무슨 장르이든 화합할 수 있습니다.

마치 자연 속의 여러 풍경처럼...

 

가끔 연주 단체의 앙상블에서 아마추어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한 모난 돌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전체의 분위기에 상처를 입지요...

한두 번 반복되면 전체의 앙상블을 위해 부득이 창틀을 넘어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자연의 향기를 맡아야 회복되거든요...

앙상블에서 자신의 위치를 떠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요...

그 앙상블은 자연스럽게 자연스러움을 벗어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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