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타 서울 SNS/음악지 칼럼

하회탈 살풍경(殺風景)의 반면교사(反面敎師)

Conductor 2016. 7. 31. 11:32

정명훈 지휘자의 양팔 만세



달밤에 조사 마치고 나온 유명 음악가의 살풍경


중국 당나라 시절 이상은(義山 李商隱 812~858)의 잡찬(雜纂)살풍경(殺風景)’시리즈가 있는데, 그중 세상에서 못 봐줄 꼴불견으로 월하파화(月下把火)”가 있다.

 

달밤에 불을 밝힌다는 뜻으로 하나마나한 짓을 뜻한다. 엊그제 갖은 구설(口舌)과 더불어 가족의 공금횡령 구속(拘束), 명예훼손 피소(被訴) 사건으로 얼룩진, 세계적이라 칭해지는 한 음악가가 달밤에 검찰 조사를 마치고 문을 나오다가 돌연 양팔을 들어 만세(萬歲)를 부른 촌극(寸劇)이 발생했다.

 

우리 고유 탈춤의 탈 가운데 사실상 좌우불상칭(左右不相稱)인 국보(國寶) 121호 하회탈이 있다. 다음은 이 하회탈 중 가장 유명한 양반탈이다.

 

하회탈 중 가장 우수한 가면(假面) 미술의 최고 경지(境地)로서, 대체적으로 유연(柔軟)한 선으로 묘사된 형상(形狀)이다. ‘양반은 냉수 마시고서도 이빨 쑤신다라는 속담같이 허풍(虛風)과 여유로운 표정이 복합적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턱을 분리(分離)하여 끈으로 연결했으며 고개를 젖히면 박장대소(拍掌大笑), 고개를 숙이면 입을 굳게 다문 화난 얼굴로 변한다. 놀이마당에서는 부네(현대의 팜므파탈 종류)와 소불알을 두고 선비와 지체다툼이나 학식(學識)다툼을 벌여 관중(觀衆)들로 하여금 실소(失笑)를 자아내게 한다.

 

춤사위는 양반의 팔자걸음으로서 시종일관 여유롭게 웃는 표정으로 나타난다. 짙고 검은 눈썹을 가진 눈과 눈가의 주름은 매우 가식적(假飾的)이며, 코는 매부리코로 콧방울이 넓은 큰 코로서, 강한 인상(印象)을 풍긴다. 양반탈은 지배계층의 허위의식(虛威意識)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으며 이들의 권위의식의 허망(虛妄)함을 낱낱이 드러낸다.


마음의 좌우 불상칭 상태가 외부로 표출된 행동

 

인간이 불치병(不治病)이나 큰 사고(事故), 운명(殞命)에 이를 때에 이를 수용(受容)함에 있어 다섯 단계가 있다.

 

첫째는 부인(否認)하다가, 둘째 분노(忿怒)한다. 셋째 거래(去來)를 시도(試圖)하다가, 넷째 불가능함을 깨달아 우울(憂鬱) 모드로 들어가고, 다섯째 가서야 드디어 자신의 운명(運命)을 수용하게 된다.

 

그 음악인은 셋째에서 넷째로 들어가는 단계로 보이는데, 그 수법이나 수준(水準)이 너무 전근대적(前近代的)이라 매스컴이나 세간의 조롱거리로 화하니 같은 음악인으로서 매우 안타깝기도 하다. 이제 와서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도 없고 늘그막 말년(末年)을 불행하게 맺는 것이 측은하기도 하다.

 

최근 들어 살풍경과 불상칭이 천시(天時), 일본 천황폐하(天皇陛下) 만세를 부른 전 국방장관 아들의 관심병 중증(重症) 정부 출연기관장도 있으며,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은 흑백갈등으로 숨진 경찰들의 추모식(追慕式)에서 혼자 양팔을 흔들며 웃으며 즐겁게 찬송을 부르는 추태(醜態), 추모식의 분위기를 망치고 오바마 현 대통령 등 추모객들을 곤혹(困惑)스럽게 한다. 모자란 듯 보이는 양팔이 벌인 해프닝들이다.

 

이 모두 자신의 내면(內面)과는 반대의 행위가 외부로 표출된 유체이탈(幽体離脱)형 부조화(不調和)의 결과인데, 과거와 판이(判異)하게 달라진 현실을 수용함에 있어 너무도 고통스러울 때 보이는 현상이다. 자존감(自尊感) 상실과 처지(處地)의 급작스러운 변화, 환경 등으로 극도의 인지(認知) 부조화의 늪에 빠져 언행(言行)이나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아, 내부의 불상칭 상태가 외부로 표출(表出)되는 것이다.

 

우리 가요 가사와 비유하자면 봄날은 간다에 이어 아 옛날이여등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바닥에서 시작해 연예계 최고의 갑부(甲富) 대열에 올랐다가 하루아침에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모 유명 화가 겸 가수의 경우도, 입에서 시작된 사단이 팔로 전이(轉移)된 비슷한 케이스이다.


자라나는 음악인들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다시 서두(序頭) 이의산(李義山)잡찬(雜纂)’ '왕굴(枉屈, 억눌려 굴복하다)'을 들어본다.

 

재물(財物)을 아끼는 자는 병이 나도 고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두고도 남 주기가 아까워 아끼다가 끝내 썩히고 만다.”고 했다. 재물이란 끌어 모으다 보면 취()함에서 오는 탐욕의 쾌감(快感)으로,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차차 불의(不義)함에 이슬비 젖듯 젖게 된다. 이 탐욕은 마음속에 하나의 습()으로 모여, 항상 자신의 재물을 타인의 재물과 견주어 보며 부족하다 여긴다. 그래서 천성적(天性的)으로 인색(吝嗇)한 성품은 베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쓰지 않으며, 또한 병이 나도 치료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탐욕으로 아껴 모은 재물을 자신은 변변히 써보지도 못하고, 타인의 마당으로 옮겨져 다른 사람의 소유(所有)가 되는 우매(愚昧)함의 결론을 맺는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해 진리(眞理)는 하나로 통한다. 이를 성경으로 대입(代入)해본다.

 

진실로 각 사람은 허영(虛榮)에 행하고 허사(虛事)에 지껄임이여 재물을 쌓으나 누가 취할는지 알지 못하도다

 

먼저 송사(訟事)하는 자가 바른 듯하나 그 이웃 사람이 와서 변박(辨駁)하느니라

 

헛된 증인(證人)은 공의(公義)를 업신여기고 악인의 입은 악을 삼키나니 심판은 거만(倨慢)한 자를 위하여 예비한 것이요 채찍은 어리석은 자의 등을 위하여 예비한 것이니라

 

그리고 자신의 업보(業報)를 끝까지 타인에게 돌리는 소인배(小人輩)에게는 다음의 성구(聖句)가 응한다.

 

네가 미련한 자를 절구에 넣고 공이로써 보리처럼 찧을지라도 그 미련이 없어지지 아니하느니라

 

그리고 최후(最後)에는 이 성구가 응하게 될 것이다.

 

자주 자주 책망(責望)을 받으면서도 목이 곧은 사람은 갑자기 멸망(滅亡)당함을 면치 못하리라

 

아무리 살풍경과 불상칭이 범람(氾濫)해도 배울 것이 있으니, 자라나는 음악인들은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또한 둥지를 차지하고 대대손손(代代孫孫) 똬리를 틀어 바벨탑을 쌓은 노회(老獪)한 자들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과 십년이면 강산(江山)이 변한다는 진리를 공부해, 폭망하기 전 먼저 후배들에게 양보(讓步)해야 할 것이다.


월간 음악평론지 "REVIEW" 2016년 8월호 Criti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