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스펙트럼 중 하나가 협회와 학회 등 수많은 단체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제 있다가 오늘 없어지는 단체도 수두룩하고 이름만 걸고 명함만 돌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단체도 많다.
심지어는 단체의 기본적인 모임도 없어 구성원들조차 서로 얼굴을 모르는 단체도 있는 것 같다.
우리 음악계에도 많은 단체가 있다.
음악인들의 단체라고 여느 단체와 다를 것은 없지만 음악인들은 남들과 달리 영혼의 울림을 중요시하는 예술가 집단이다.
사회의 다른 분야와 매한가지로 소수의 집단 이익을 위한 단체이거나 순전히 사교성 모임에 불과한 단체, 본질은 없으면서 표면적인 외장에만 치우친 단체 등과는 최소한의 차별성이라도 보여야 할 터인데, 공적인 명칭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사익이나 지연, 학연, 혈연 내지는 선생과 제자들만의 단체에 불과한 경우도 볼 수 있다.
요즘의 인터넷 시대에는 각종 동호회와 아마추어 모임들이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아마추어이기는 하나 그 각각의 모임들조차도 목적과 구성원들의 지향하는 방향이 뚜렷하게 제시되어 있고 그에 걸맞은 활동상을 보이기도 한다.
사무실 하나 없고 전화 하나 없이 아마추어 단체보다 못하면서 외형만 거창한 이름뿐인 단체를 걸머지고 그 명함만 돌리며 단체의 명칭과 상관없는 개인의 명예나 사익을 추구한다면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그 단체의 성격에 맞는 새로운 인물에게 활동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할 것이다.
가령 음악인 전체의 모임이라고 하면 자기편의 음악인만 참여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분야가 아닌 음악인 전체가 참여하고 또 전체의 공익을 우선하는 활동이 겸비되어야 할 것이다.
요즘 세상은 투명하고 누가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열매가 드러나 부인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사회 시스템이 발전해 나갈수록 점점 더 그럴 것이다.
누가 무슨 일을 하든지 왜 그러한 일을 하는지 예측이 가능해진 투명사회이다.
남들은 다 알면서 뒤로 손가락질을 하는데 본인만 고집하며 아집 속에 알량한 명예에 눈이 어두워 그 자신은 물론 그를 추종하는 소수의 구성원들까지 비난받게 할 필요가 있을까?
음악인들은 음악에 매진하느라 어떤 단체가 무슨 일을 하든지 상관 않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음악인 선후배들이나 뜻있는 지인들의 전언이 자꾸 이어진다.
음악계가 이렇게 가면 안 되지 않느냐? 한쪽의 소수가 거창한 단체의 명칭으로 음악계의 요직을 돌려가며 맡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기금이나 사회의 기금을 운용하는 단체들은 다수 음악인들이 자포자기하고 보고만 있는 사이, 겉으로 드러난 이들의 대표성에 모든 걸 몰아주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이들이 진정한 음악인들을 대표하고 있는가 하며...
단체의 성격에 맞게 음악인 누구나 골고루 참여할 수 있는 넓고 풍부한 지혜를 가진 인도자는 없는 것인가?
물론 그 가운데서도 단체의 성격에 맞는 실질적인 운영을 하며 여러 활동 등으로 주목받는 단체도 있기는 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제 세계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쓸데없는 거품을 빼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로부터 지자체들까지 무능 공무원들을 퇴출시키고 새롭고 유능한 피를 수혈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음악계의 수많은 단체들도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게, 더 나아가 버림받지 않으려면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활동이 없는 협회, 학회 등 이름뿐인 단체들은 스스로 정리하고 물러나야 한다. 80마일로 달리는 도로에서 50마일 성능의 차는 전체 도로에 지장만 주는 존재가 된다. 적체되어 있는 후배들의 길을 터주어야 전체 구성원을 위한 명예로운 퇴진으로 그나마 칭송을 받을 것이다.
필자는 음악인들 중에서 그러한 예를 몇몇 본 적이 있다. 주위의 많은 음악인들이 존경하고 어디서든 그 분을 본받아야 한다며 칭송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개인의 소소한 명예욕이나 이권을 챙기느라 그 가족이나 후대들이 길이길이 비난받지 않기 바란다.
알맹이 없이 외형만 뻔지르르한 단체를 두고 시중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곰탕에는 곰이 없다.”
2007.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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