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가 복원력 잃고 한 순간 좌초(坐礁)할 위기에 있다
음악인들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선장 믿지 말고 구명보트 찾아 현장 뛰어들 준비를
이태리 거대 호화 여객선 콩코르디아호는 암초에 부딪치자 곧 복원력을 잃고 좌초했다.
이번 세월호와 비슷한 유형의 사고인데, 거대한 선체는 그만큼 빨리 좌초하는 모양이다. 지구상에서 멸종한 거대한 몸집의 공룡과 유사하다.
요즘 거대 몸집의 종합대학과 관가가 몸통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른바 구조조정인데, 이로 인해 미래에 대한 연구가 없는 판단력 미숙의 애매한 희생자들이 늘고 있다.
선장은 상황을 제일 먼저 파악하고 퇴선(退船)하여 자기 살 길을 찾는데, 상황을 알려야 할 책임자는 자신의 길에 방해가 될까 승객들은 선실에 그대로 머물라 한다.
음악계의 陽地(양지)만 찾아다니며 학생들과 학부형들의 단물만 마시던 교수, 학과가 폐쇄되는 기미가 보이자, 남몰래 이민의 길을 뚫어놓고 여차하면 뜰 채비를 끝낸다.
곧 이어 학과 폐쇄의 뉴스가 발표되고, 선실 내(內)에서 대학 측과 교수만 보며 따르던 학부모와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나선다.
이태리의 선장은 도피하다가 경찰에 붙잡혀 신원이 파악되자 배로 돌아가라는 추상같은 호령을 듣는다. 세월호 선장은 도리어 해경에 의해 제일착으로 안전하게 구조되어 음식까지 대접받는다.
해경은 구조선 바로 옆 선창 안의 절박한 학생들의 구조 요청은 외면하고, 이미 갑판으로 나와 살 수 있는 선장과 선원들을 구조하여 떠나고, 근처에서 조업하던 어선들은 도리어 선창을 깨고 학생들을 구조한 형국이 되었다.
최악의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다.
관군이 무너지면 의병 나서 백성과 나라를 구한 역사의 교훈을
우리 역사는 수많은 외침에 의해 점철(點綴)되어 있다.
그리고 관군(官軍)이 무너지면 각처에서 의병(義兵)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생명을 내걸고 일어났다. 관군이 지리멸렬(支離滅裂)하여 쫓겨 가고 도망한 자리를 의병이 대신하였다.
영(令)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곳곳의 책임자들은 자기 살 길을 찾아 도망하며, 선실에서 순진하게 구조를 기다리는 백성들은 외면하고 있다.
음악계가 복원력을 잃고 한 순간 좌초(坐礁)할 위기에 있다. 선장은 없으며, 그나마 남은 선장 급의 인사들도 해결할 의지나 해결책도 없다.
애태우며 구조를 기다리다 좌절하며, 하나 둘 젊은 음악가들이 수장되고 있다.
관의 심사와 기금은 먹이사슬로 연결된 소수의 집단이 독점하고 있다. 유명 공연장의 대관은 돈 있는 자들만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이를 타개하고자 전국의 곳곳에 산재한, 경비가 필요치 않은 소공연장의 기획은 기금 신청에서 제외되니, 상대적으로 돈 없는 젊은 음악인들은 설 곳이 없다.
그렇다고 음악계의 선배로서 내 문제는 아니라며 방관(傍觀)만 할 수 없으니, 관군이 지리멸렬하면 의병이 나선 우리의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
일단 필자가 작년부터 시도해 온 “클래식 아라리요”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그래서 관군의 보급이 끊어진 곳곳의 피폐된 문화를 의병들로 복원시키고자 한다.
이미 선장은 도망갔고, 기다려 봐야 구조도 없다. 음악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일어서야 한다.
뜻을 같이한 한국예술비평가협의회와 몇몇 단체들과 함께, 일단 서울의 한 상설 소공연장을 선택해 이를 기반(基盤)으로, 수장되어 가는 음악계와 젊은 음악인들의 무대를 마련한다. 이 작은 움직임이 나비 효과를 일으켜 전국으로 확산되는 귀한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공연장이 아니라도 좋다. 이에 뜻을 같이하는 전국의 갤러리, 카페, 등 공연할 수 있는 모든 곳의 의병들을 환영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한다.
곳곳의 적체된 고비용 저효율의 음악계 풍토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몸통이 크면 클수록 빨리 가라앉는 이치를 세월호 참사는 말해 주지 않는가.
글; 최영철/한국첼로학회 회장, (사)카메라타서울 이사장
웰빙코리아뉴스 2014. 5. 4
'카메라타 서울 SNS > 음악지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시의 비리 척결을 환영하는 음악계의 한 시각 (0) | 2014.08.06 |
---|---|
송시열 식 음악, 윤선도 식 음악 (0) | 2014.06.18 |
음악계도 현장 경고음 들어야 살아남는다 (0) | 2014.04.24 |
“코믹 발레 이상한 챔버 오케스트라를 관람하고...” (0) | 2013.09.15 |
오월의 그 찬란한 날에... (0) | 2013.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