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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편 마지막 회
10월 16일
아침에 호텔로 후쿠오카 대학의 히토시 이노우에 교수 부부가 자기 차를 가지고 데리러 왔다. 부인은 간호사라고 한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곧 바로 학교 정보센터로 향했다.
후쿠오카 대학에 도착해 정보센터 팀들과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교환했다.
정교수인 나오미 후지무라 교수는 약간 늦게 도착했는데 점잖고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각 학과의 정교수실은 하나같이 문이 닫혀 있고 불이 꺼져 있는데 반해 조교수 이하의 방은 열려 있고 연구에 전념하는 듯했다.
곧 이어 정보센터 회의실에서 오늘 행사의 간단한 설명과 함께 양국의 각각의 개발 내용과 성과 등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점심식사는 대학 구내식당에서 하고 오후 3시 쯤 모든 일정을 끝냈는데 끝날 즈음, 이옥화 교수와 나는 뜻밖에 동국대의 김왕준 교수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일행은 이노우에 교수와 인턴과 함께 해안가로 산책을 나가 기분전환을 하고 공항으로 가기로 하고 지하철을 탔다.
일본에 올 때마다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건 일본인들이 한국 남자나 여자를 좋아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류가 괜한 바람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든다.
해안가에 도착하자 몽고의 침략을 대비해 축조된 방책 등이 보인다.
고대의 큐슈는 한반도로부터 건너온 이주민들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곳으로, 고대 많은 유적과 고분 출토물 중 한반도와 관계된 것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13세기 몽고가 세계제국인 원을 세워 일본정벌을 도모할 때 큐슈는 다시 한번 일본 역사의 중심지가 된다. 1274년과 1281년 두 차례에 걸쳐 원과 고려의 연합군이 후쿠오카의 하카다 연안에 상륙을 시도하였지만 일본 측의 오랜 방어준비와 악천후로 인해 실패하고 돌아갔다.
이후 큐슈가 한일관계에서 역사의 전면에 다시 등장한 것은 임진왜란 때.
현재 사가현에 있는 나고야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야망에 의해 조선으로 출병하는 일본군의 전초기지로서 쓰시마를 거쳐 대한해협을 건넌 일본군은 많은 문화재를 포함해 도공과 같은 기술자들과 함께 돌아왔다.
큐슈에는 이때 끌려온 조선도공들이 개창한 도자기 생산지가 집중되어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사가(佐賀)의 아리타(有田)와 가고시마(鹿兒島)의 사츠마(薩摩) 도자기를 비롯, 가라츠(唐津)와 히라토(平戶) 도자기 등이 모두 조선도공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편, 후쿠오카에는 조선왕실 출신으로 일본에 끌려와 승려로 한 평생을 마감한 일연(日延, 선조의 장자 임해군의 아들)의 자취도 남아있다.
근대에 들어 큐슈는 불행한 한일관계사의 막을 여는 곳으로 막부가 무너지고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이 일어나면서 정한론(征韓論)이 기세를 부렸고, 청일전쟁이나 러일전쟁도 큐슈를 통해 전개되었으며, 최익현을 비롯한 의병들이 쓰시마에 유배되어 단식으로 저항하다가 최익현은 그 곳에서 순국하였다.
2차대전기에는 징용으로 끌려온 많은 한국인들이 불귀의 객이 되기도 했다.
특히 후쿠오카에는 탄광에서 갱부로 혹사당하다가 죽은 이들의 무덤과 위령비가 많이 남아 있으며, 또한 원폭이 투하된 나가사키에는 연행된 한국인 노동자들의 집단거주지였던 현장합숙소(飯場) 건물이 몇 군데 남아 있다고 한다.
가까우면서도 멀고 먼 나라
우리나라와 너무도 많은 원한으로 얽힌 나라. 그 숱한 원한으로 인해 우리 민족은 온 하늘이 메아리치듯 억울함의 통곡으로 긴긴 날을 지샜는데...
그토록 오랜 동안 겹겹이 쌓인 잘못 끼워진 악연들을 녹인다 한들 그 깊은 상처를 어떻게 다 아물게 할 수 있을까!
어떤 악연이든 녹일 수 있는 거대한 용광로는 어디 없을까?
그저 공허한 외침들만 늦가을 찬 비에 떨어진 낙엽처럼 흩날릴 뿐...
해안가에서 저 멀리 우리나라의 하늘을 바라다보며 깊은 상념에 젖는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었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산다. 아니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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