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휴 단체/Core University

"나가사키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Conductor 2007. 5. 25. 20:48

 

 

 

 

 한국첼로학회의 국제 첼로 클리닉(일본 편) 1부

이 글은 한국첼로학회의 국제 첼로 클리닉에 대해, 한국의 정보통신부 지원으로 충북대 이러닝팀과 고려대 정보센터 팀, 충남대 교수진과 일본의 나가사키대학, 후쿠오카대학의 교수진, 정보센터 팀들 간에 세계 최초로 인터넷 광통신망을 이용한 화상 교육을 실시한 후기를 여행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나가사키 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최영철 / 한국첼로학회장, 카메라타 서울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10월 14일

먼동이 트기 전 물안개 낀 남한강의 강변을 달려 강남 삼성동에서 이번 여행의 좌장 격인 충북대 컴퓨터교육과 교수인 이옥화 박사를 태우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밝기 시작한다. 이제 가을의 한 가운데로 들어서 쌀쌀해지기 시작한 한국을 떠나 1시간 30분 쯤 비행하여 나가사키 공항에 도착하니 위도가 낮아서 그런지 한국보다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일행은 공항에서 기다리던 나가사키 대학의 교육학 교수 유슈케 모리타 박사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 일행은 충북대 이옥화 교수, 충남대 일어일문학과 장남호 교수, 이옥화 교수의 조교로 대학원생 안경진, 그리고 나 이렇게 네 명이고, 내일 후쿠오카에서 충남대 공업교육학과 최완식 교수, 충남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의 이병국 교수가 합류하게 되어 있다.

모리타 교수는 우리 일행을 자기 차에 태우고 나가사키 시내를 잠시 돈 후 나가사키대학으로 인도했다. 점심때쯤 도착하여 음악교육과 아키코 카노 교수, 미디어 센터의 다이수케 야규 팀장과 함께 학교 앞에서 식사를 한 후, 모리타 교수가 자기가 먼저 지불할 테니 각자 음식값을 거둬달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더치페이가 생활화되어 있어 각자 작은 단위의 돈까지 철저하게 나눈다. 심지어 많이 먹은 사람은 먹은 만큼 더 낸다고 일본에서 유학하고 교환교수로도 있었던 장남호 교수가 귀띔한다.
이때부터 우리 일행도 일본식으로 귀국할 때까지 더치페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야멸차게 보이기도 하고 인간미가 없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생활화되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장 교수가 덧붙여 설명한다.

오후 2시가 넘어 정보센터에서 화상교육을 준비 중인 나가사키 대학의 팀들과 합류하여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아키코 교수가 첼로 학생을 데리고 들어온다. 오늘 강의의 시범 학생이다.
이윽고 카메라 설치가 완료되고 한국의 고려대 정보센터와 실시간으로 화상 및 음향 테스트가 끝났다.
일본 학생을 카메라 앞에 앉히고 내가 그 옆에서 마이크를 잡고 국제 첼로 클리닉에 관한 간단한 설명 후에 학생의 첼로를 잡은 기본자세와 연주 자세에 대한 분석과 교정에 대해, 구비된 자료와 함께 설명해 나아갔다.
일본의 관계자들과 학생을 위해 충남대 장 교수가 통역을 해주고 근 1 시간의 강의와 발표가 끝나자 학생이 질문을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바른 자세를 취할 수 있습니까?”
내가 약간의 시범을 보이자 이해가 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매우 감사하다며 연신 인사를 한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11월 16일 건국대에서 국제 첼로 클리닉에 대한 발표를 합니다. 그 때에도 동시에 양국으로 광통신망을 이용하여 문답을 하게 되니 차차 의문 나는 점을 해결하기로 하지요. 그래서 국제 첼로 클리닉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학생이 첼로를 케이스에 넣고도 가지 않고 서성댄다.
장 교수가 귀띔한다.
“저네들은 끝났으니 가도 좋다고 허락해야 갑니다.”
참으로 인사성과 예의가 바르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첫날의 일과가 끝났으니 이제부터 내일 후쿠오카에 가기까지는 자유시간이다.
모리타 교수의 차를 타고 시내 관광을 하는데 3주 동안 아프리카의 몇 나라 대학의 컴퓨터 관련 일에 대해 친구의 요청을 받아 자비로 봉사하러 갔었다며 이옥화 교수와 이야기를 한다.
이 나라 국민들의 특성 중 하나이다.
어느 단계까지는 더치페이 등 철저하게 예의를 지키다가 세월이 흐르고 신의가 쌓이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자기 일, 친구의 일의 차이가 없어진다.
설사 그 일이 잘못된 일이든, 목숨을 내걸 사지 판에 들어가는 일이든 상관없이 도와준다고 한다.
약간 섬뜩한 기분이 드는 건 아마 2차대전 말의 가미가제 특공대가 떠오른 까닭일까?

마침 이 날이 모리타 교수의 생일이어서 우리는 백화점에 들러 케이크와 와인을 선물하였다.
그는 우리를 호텔까지 데려다주고 만면에 희색을 띠우고 거듭 선물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며 돌아갔다.
모리타 교수의 친절에 우리도 감사 인사를 한 후 호텔의 저녁 식사 전에 가까운 명소를 찾기로 했다.
호텔은 산언덕에 자리하고 있는데 나가사키 항과 새로 지은 다리, 떠나려고 방금 선실에 불이 켜진 커다란 유람선, 미쯔비시 조선소 등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나가사키 항을 내려다보며 하염없이 미군 장교를 기다리던 나비부인이 생각난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은 J.L.롱의 소설을 소재로 일리카와 J.자코자가 합작해 1904년 2월 17일 스칼라극장에서 초연되었으나 실패하고 다시 곡을 고쳐 같은 해 5월 브레시아에서 상연하여 성공하였다. 줄거리는 일본 나가사키[長崎]에서 미국의 해군사관 핑카튼이, 집안이 몰락하여 기녀(妓女)가 된 15세의 나비아가씨와 결혼을 한다. 얼마 후 핑카튼은 곧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고향으로 떠나버린다. 3년이 지나도 그가 돌아오지 않자 주위 사람들은 그녀에게 재혼할 것을 권하지만 그녀는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날 핑카튼이 탄 배가 입항(入港)한다. 나비 부인은 그의 아들과 함께 핑카튼을 기다리는데 그는 부인 게이트를 데리고 나타난다. 모든 것을 알아차린 나비부인은 아들을 게이트 부인에게 맡기고 단도로 자결한다. 이 오페라의 음악은 이탈리아풍의 아름다운 선율로 되었으며, 나비부인이 노래하는 아리아 《어떤 개인 날》과 수병들이 노래하는 허밍코러스가 특히 유명하다.

한 남자만을 기다리다 배신당한 것을 알게 된 후 자결한 나비부인의 애절한 이야기와 오페라 중에 나오는 주옥같은 아리아의 멜로디가 입안을 맴돈다.

일행과 언덕 밑의 천주교 26인 순교자 기념관을 찾아가는 중에도 나가사키 항에 얽힌 나비부인의 순애보가 가슴 밑바닥을 훑고 지나간다.
순교자 기념관은 일본 최초로 순교한 천주교 순교자 26인을 기념한 곳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처음에는 서양 문물에 대해 관대했으나 나중에는 천주교를 박해하고 금지령을 내리며 26인을 처형했는데 그 자료가 세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순교당할 즈음에도 아이까지 포함된 26인이 한결같이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며 장렬하게 순교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잠시 머물러 묵상기도를 한 후 사진을 찍고 다시 호텔로 올라가는데 올라가는 언덕길에 묘지가 좌우로 펼쳐진다.
일본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사람 사는 곳에 묘지가 같이 조성되어 있다.
하늘에서 독수리 몇 마리가 먹이를 찾는지 빙글빙글 원을 돌고 있다.

호텔에서 유카다로 갈아입은 후 뷔페식 일식으로 저녁을 하고, 나가사키 항의 야경을 감상하며 차를 마셨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데 장 교수는 일본통이라 여러 유익한 정보와 일본의 특성에 대해 알려주었다.
대욕장에 들어가 여행의 피로를 푸니 온 몸이 가벼워지고 하늘을 날 것 같다.
다다미방에 들어가 잘 펴놓은 이부자리에 몸을 던진다.

- 10월 15일 2부로 계속 이어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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