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학회의 아티스트 추천과 귀국 연주가 진로 모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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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많은 뮤지션들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과포화된 상태. 이들을 기다리는 무대는 더 제한적이다. 어려운 때 일수록 '신인' 보다는 '스타'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날개 한 번 제대로 펼쳐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전문가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첼로학회(회장: 최영철)가 비평가협회(회장: 탁계석)에 우수한 아티스트 인력을 선정해 추천, 활동 기반을 만들어 간다는 구상이다. <편집부> 홍현선: 뮤지션들의 귀국이 늘고 있다는데 현장에서의 상황은 어떠한지요? 최영철: 날마다 귀국 연주자들의 초대권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지요. 한참 경기가 좋을 때 대규모로 유학 나갔던 학생들이 졸업하고 한꺼번에 밀려들어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 마디로 과포화 상태여서 이의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탁계석: 예술계에는 통계라는 것이 없어 인력 수급 조절이나 현상을 알 수가 없지요. 그러다 보니 농민들이 밭에서 수확을 포기하듯 예술 인력 투자가 그대로 매몰비용이 되고 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것도 개개인이어서 그 피해를 집계할 수 없는 것이 특성입니다. 홍현선: 오랜 유학으로 변화 환경에 적응에 어려움이 많고 방향 감각을 잃어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합니다. 최영철: 네, 호경기 때에 한국을 떠났고 그동안 기술 연마에 온 힘을 기울이다 급변하는 국내의 사정과 배치되니, 오랜 시차 적응에 많은 애로 사항이 생깁니다.
탁계석: 사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능하는 학생들 지하철 한번 타보지 않고 온실에서 곱게 자란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모의 과보호 탓으로 매서운 추위에 생존율이 떨어지는 것도 스포츠나 타 분야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예전엔 교수들이 그래도 멘토가 되어 주었는데 요즈음은 아니거든요. 음악계 선배들이 이들을 살펴 주어야 합니다. 홍현선: 연주가는 운동선수처럼 무대에서 연주활동이 없으면 이내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대 확보에 사활을 걸수 밖에 없는데 신인 음악가의 어려움은 어떤 것들인가요. 최영철: 옳은 지적입니다. 무대 감각이 떨어지면 연주 능력의 쇠퇴를 가져오지요. 또 그 기간이 길어지면 무대공포증 등 다른 정신적인 문제들도 발생합니다. 탁계석: 쉽게 말하면 살찌기는 쉬워도 살 빼기는 어려운 다이어트에 비유하면 이내 이해가 될 겁니다. 최회장이 말씀한대로 스포츠 선수가 뛰지 않으면 몸이 무거워져 말을 듣지 않듯 실제 무대가 없으면 감각도 기능도 이내 떨어집니다. 그런데 그 무대란 것이 모두 움직일 때마다 돈이 들어가야 무대가 만들어지거든요. 불러서 대우 받는 음악가가 몇 프로가 되겠습니까. 성악은 그런대로 부르지만 피아노나 특수 악기들은 아예 없거든요. 연주 형태가 문제이기도 하구요. 자기가 만들어 서는 무대를 언제까지 할 수 있겠냐 하는 겁니다. 홍현선: 일부 음악가들은 개런티 등 자신의 대우만을 생각하다 이런 저런 제의를 놓친 것을 지나고 나서야 후회하더군요. 최영철: 클래식 시장이란 너무도 뻔해서 개런티 받는 음악가 몇 안 되지요. 그런데 기대치가 높으면 과포화 상태인 만큼 수요자 측도 시장 논리로 생각하게 되겠지요. 비슷한 처지라면 일단 자신의 예술적 성취도가 중요합니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이 큽니다. 탁계석: 제가 평론 30년을 했지만 원고료 생각하고 글 썼다면 벌써 그만두었야 했죠. 대우는 중요하지만 여건상 안되면 그것을 극복하는 새로운 자세가 필요합니다. 연주는 무조건 많이 하면서 기량을 쌓고 관객 기반을 늘려가는 것이니까요. 홍현선:왜 우리는 10~20년 현장에서 활동하는 중견 음악가가 없고 신인음악가들은 존재도 없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나요? 최영철: 그것은 위에서 예를 든 이유들이 태반인데요.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 대응이 안 되었다는 점과 역설적으로 너무 변화에 민감했다는 점, 두 가지가 다 공존하며 해당된다고 봅니다. 호경기 때에는 불경기를 대비 못했고, 불경기 때에는 포기하고 마니 차츰 출구가 없어진 겁니다. 사회의 변화와 상관없는 예술 고유의 길이 없었다는 반증입니다.
탁계석: 예술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고행입니다. 수도승만 道(도) 닦는 것 아닙니다. 수없는 세월 구도의 정신을 가지고 자기 극복을 해야하는데 정신력이 부족하고 그만큼 內攻(내공)이 약한 탓이지요. 예술은 고통의 뿌리를 갉아 먹고 바다의 산호초가 자라듯이 몰래 몰래 조금씩 성장하는 겁니다. 푸르고 신비한 빛깔을 내는데 그 빛이 그냥 만들어지지 않죠. 홍현선: 음악가로서의 뿌리를 내리기 위한 과정과 방법이 있다면요. 최영철: 조건, 상대 가리지 않고 열심히 타인보다 자신에게 심는다는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그렇게 열심을 가진 음악가들 중 안 풀린 사람이 없습니다. 최소한 음악적 성취도 만족만이라도 얻게 되는데 사실은 저는 이 부분을 가장 크다고 봅니다. 탁계석: 언젠가 십수 년 전에 글을 쓰겠다고 찾아 온 사람이 있었어요. 잡지사를 소개해주었더니 이내 전화가 왔어요. 원고료 없인 못쓰겠다는 거에요. 이런 저런 설명을 했는데도 외국에서 막 와서 이해를 못했어요. 그래서 알아서 하라 했죠. 지금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죠. 적어도 수백 회의 연주를 통해 자신이 알려지면 자연스럽게 콜이 옵니다. 그런 상황이 자기 값을 서서히 매길 수 있는 때라고 봐야죠. 상품으로 알려지지 않은 단계는 홍보의 1단계죠. 자기 돈을 들여서라도 홍보를 해야 합니다. 요즈음 개콘에 나오는 것처럼 “무조건 감사합니다~” 하고 하는 게 이기는 겁니다. 홍현선: 음악가들이 대학에 가기 위해 몰입하다 보니 자기 팬이나 관객 개발은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요.
최영철: 유학만 갔다 오면 저절로 레슨이나 연주가 들어오리라며 안일한 생각을 가지다 보니, 자신 스스로 무언가 개발할 능력은 차차 쇠퇴한 것이지요. 음악계의 용불용설이라고나 할까요? 탁계석: 레슨 시장도 예전과 엄청 달라요. 학생은 크게 줄고 선생은 크게 늘고 있으니까요. 그대신 요즈음은 성악 등에선 아마추어 레슨이 늘고 있죠. 홍현선: 우선 많은 연주 기회를 가지기 위해 사회 봉사나 나눔 음악회 자원하는 것도 방법이겠군요 최영철: 자신의 자존감이나 정체성을 위해서도 봉사나 나눔 연주회는 필요합니다. 음악이 사회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그런 곳에서 뜻하지 않은 좋은 기회가 마련되기도 합니다. 탁계석: 내가 무대 만들고 팜플릿 만들고 기획해 해 보십시오. 돈 드는 것은 물론 많은 정력이 소모됩니다. 물론 이로써 배우는 것도 있지요. 누가 불러 주면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연주하다보면 제2, 제3의 길이 열립니다. 우선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기 때문이죠. 그런 상황이 자기 값을 서서히 매길 수 있는 때라고 봐야죠. 상품으로 알려지지 않은 단계는 홍보의 1단계죠. 자기 돈을 들여서라도 홍보를 해야 합니다. 최영철: 요즘 연주자 초청할 때 100%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모두 검색해 보거든요. 그런데도 한심하게 음악가들 대부분 블로그 하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검색이란 게 몇 년 전에 독주회 한 것이 전부이거나 아예 등록도 안된 아티스트가 90% 입니다. 그러고 가만 앉아 있으면 이 바쁜 세상에 누가 불러주고 홍보해 줍니까. 한국에 매니저 두고 음악하는 사람 있습니까. 자신이 멀티로 모든 일 할 수 밖에 없어요. 연주 말고도 이런 감각을 가져야 생존하고 뻗어 갈 수 있어요. 멘토가 있으면 자동차에 네비게이션 부착한 것이나 다름없지요. 탁계석: 때문에 적어도 한 달에 몇 건씩 자신의 활동을 알리는 기사 업데이트가 필수입니이다. 제 자랑같지만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탁계석' 검색 한번 해 보세요. 블로그는 물론 몇 트럭 분의 기사가 나오죠.(웃음). 그렇게 한 결과 지난해 12월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 '한강 칸타타'도 외환은행에서 1억에 작품을 샀거든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료 검증을 받은 탓이죠. 생각해 보세요. 잡지 광고해서 누가 봅니까. 음악가끼리만 서로 보고 질투나 하지(웃음) .... 홍현선: 이번에 추천된 뮤지션들의 기준은 무엇이었습니까최영철: 물론 연주도 좋습니다만 개런티 등 현실적 조건보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매진하는 태도를 높이 샀구요.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과대망상 증세가 있는 연주자들은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웃음) 홍현선: 음악가들의 진로에 멘토 기능과 네트워크를 열어주는 것이 관건이겠군요. 탁계석: 지금 페이스북이다 트윗이다 해서 소통하는 방식이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고요 전 세계 음악가들이 메일로 자문을 구해오고 있어요. 실시간 채팅도 가능하니까요. 제가 가진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열어 주려고 합니다. 홍현선: 그간 정부의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트의 지속 성장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요. 최영철: 공공 기금이란게 결국 기득권들의 잔치로 끝나는 일이 많습니다. 심사위원이나 심사 대상이 은연중 담합을 하기도 하구요. 이러니 신인 음악가들에게는 꿈도 못 꿀 일입니다. 그나마 받는 기금의 액수 또한 현저히 부족합니다. 그래도 음악인들은 거기다 목을 맬 수밖에 없구요. 자생력은 점점 떨어지지요. 홍현선: 정부에서도 하지 못하는 구체적인 아티스트 구하기 작전이 좋은 결실을 맺기 바랍니다. 탁계석: 네, 뮤지션들이 크게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고 가능한 기업 메세나와 연결하여 실질적인 성장 동력이 되도록 노력할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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