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우리 음악, 우리 음반 | ||||||||||
베토벤이나 차이코프스키 곡을 우리 오케스트라가 자체 경비를 들여 제작한 것은 간혹 있겠지만 국제 레이블로 제작된 음반은 전무하다시피하다. 필자는 지난 2월 KBS 교향악단에서 특강을 하면서도 단원들에게 KBS 교향악단에 음반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도 대답은 ‘없다’였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 정명훈의 서울시향이 첫 음반을 출시한다. 말러 교향곡 1번과 2번, 드뷔시와 라벨이다. 시향은 그라모폰(DG)과 향후 5년 동안 매년 2장씩의 음반을 제작하기로 계약했다. 지난달 4월엔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에서 오케스트라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축제를 위해 고시 공부하듯 안간힘을 쓴 결과일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도 평소에 질 높은 음악을 청중에게 들려주고 국제 레이블의 레코드를 만들어 오케스트라의 명함으로 내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의 유수 오케스트라는 연주에 못지않게 음반을 만들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지금은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음반 유통이 매우 어렵긴 하지만 그렇다고 레코딩의 의미가 희석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서양 레퍼토리를 연주해 어느 정도 녹음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과제다. 판매가 불투명하면 음반을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반의 유무가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일 수 있다. 특히 자기 나라의 작품을 국제시장에 내놓아야 오케스트라의 정체성이 확립된다. 벌써 1993년에 우종억 작곡가는 자신의 지휘로 폴란드의 뉴폴리시필하모닉을 지휘, 현지 레코드회사가 녹음을 하고 한국의 성음 레이블로 음반을 발매, 최초로 유럽시장에 내놓았다니 선각자인 셈이다. 관현악을 위한 작품 ‘운율’과 바이올린협주곡 '비천'(飛天)인데 당시 문일근 평론가는 음악사에 남을 몇 안 되는 곡이라고 극찬한 바 있어 이처럼 충분히 검증된 작품들이 앞으로 세계무대에 나가야 할 것이다. 또 오는 6월 29일 한국 지휘자로서는 정명훈 지휘자 이후 처음으로 최영철 지휘자가 베를린 필홀에서 브란덴부르크심포니(1956년 창단)를 지휘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곳 예술감독 만프레드 메츠거는 북한과의 문화 교류로 평양에서 연주한 바 있어 콘서트에 북한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것이라고 하니 문화로 소통하는 계기다. 최 지휘자는 아리랑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자격으로 초청되어 작곡가 임준희의 ‘댄싱아리랑’(Dancing Arirang)을 연주하는데 3일간의 콘서트에서 두 사람의 독일 지휘자가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이어서 이채롭다. 이때 최 지휘자는 독일인 지휘자에게 우리 음악을 전수해 주지 않을까 싶다. 또 지난달에는 이영칠 지휘자가 세계 정상의 모스크바 국립오케스트라를 지휘해 환호를 받았다 하니 도처에서 글로벌 시장이 열리고 있다. 이런 때에 연주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우리 음악을 담은 음반이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엊그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앞에선 이상한 시위가 있었다. 유럽의 메카 프랑스, 그들 문화의 자존심인 루브르 박물관 앞 광장에서 프랑스인들은 물론 유럽의 한류 팬 300여 명이 모여, ‘동방신기’ ‘샤이니’ 등 한국의 유명가수들의 노래와 춤으로 재공연을 요청하는 시위를 벌였다니 격세지감이다.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 북으로 지구촌이 바로 이웃 동네처럼 느껴지는 시대여서 한국에 대한 관심들이 비등하고 있다. 우리가 더 늦기 전에 세계 기준에 적응하는 노력을 기울여 한류 문화 영토를 넓혀 갔으면 한다.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우리 오케스트라, 합창단, 예술단체들도 쑥쑥 키가 커졌으면 한다. 세계 음반 진열대에서 애호가들이 우리 음반을 고르는 때도 머지않을 것 같다.
탁계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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