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타 서울 SNS/음악지 칼럼

심사위원의 중요성

Conductor 2011. 7. 8. 07:49

1958년 소련 정권에서 처음 시작한 차이콥스키 콩쿠르.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회를 통해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그리고리 소콜로프,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등 쟁쟁한 음악가가 발굴됐다. '클래식 올림픽'이란 칭호를 얻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빈약한 지원에 "러시아인에게만 유리하다"는 심사 시비까지 일었다. 2000년대 야마하 피아노·도요타 자동차 등 일본 기업이 콩쿠르의 메인 스폰서로 나서자 일본 출신 연주자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러시아 정부는 자국 출신 명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에게 올해 제14회 콩쿠르의 조직위원장을 맡겼다. 게르기예프는 인맥을 총동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안네 소피 무터·블라디미르 옵치니코프 등 거장을 심사위원으로 모셨다.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기회, 3년간 러시아· 미국 ·유럽에서 연주 기회 등 입상자 특전도 획기적으로 확대했다. 인터넷을 통해 인기투표를 받고, 본선 현장을 생중계했다.

 

◆심사위원 바꾸니 수상자 달라졌다

 

모든 게 바뀌었고, 그 결과는 한국 음악가들의 약진으로 나타났다. 6월 30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에서 폐막한 제14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총 19명의 입상자 중 한국 음악가 5명이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주요 부문 상위를 휩쓸었다. 성악 남녀 부문에서 나란히 우승한 소프라노 서선영(27)·베이스 박종민(25)씨를 비롯, 피아니스트 손열음(25)씨·조성진(17)군이 각각 2·3위,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25)씨가 3위를 수상했다. 특히 콩쿠르의 핵심인 피아노 부문에서 2009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이미 2위를 차지한 손열음이 실내악 협주곡 최고연주상, 콩쿠르 위촉작품 최고 연주상까지 함께 거머쥐어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지혜는 실내악 협주곡 최고연주상을 함께 받았다. 러시아는 피아노 부문에서만 다니일 트리포노프가 1위를 차지했다. 피아노 정명훈 (미국 국적으로 참가 2등), 바리톤 최현수 (미국 국적으로 참가 1등), 피아니스트 임동민·임동혁 형제 등이 상을 탄 적이 있지만 이런 대규모 수상은 처음이다. 손열음과 조성진은 각각 1만9000유로(약 2900만원), 1만유로(약 1500만원)를 상금으로 받는다. 이지혜는 1만2000유로(약 1800만원), 서선영·박종민은 2만유로(약 3100만원)를 상금으로 받는다.

 

한국의 쾌거를 두고 "콩쿠르의 질을 전면적으로 높인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첼로 부문 조영창을 제외하면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출신 심사위원도 없었다. 김대진 한예종 교수는 "유럽 심사위원들 틈에서 일본인·중국인 입상자가 없는 가운데 한국인이 이룬 쾌거"라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씨는 "심사 결과를 두고 불평불만이 가장 적었던 콩쿠르였다"고 평했다.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클래식계의 쾌거입니다.

러시아 정부의 결단에 의해 스폰서와 각종 맥이 작동을 멈추자, 실력 우선의 채점이 이루어진 결과이지요...

결국 살 길이란 이런 투명함과 공정성이 바탕이 되어야 실력 우선 사회로 나아가게 되며, 각종 학맥, 인맥, 지연 등으로 점철되어 있는 우리나라도 개선되어야할 방향입니다.

 

그리고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한국 입상자 특징은 이렇습니다.

대학 중심과 학위 우선의 한국 음악계의 산물이 아닌 것 같아요...

예술의 경직성을 벗어나고, 진정한 도제 교육이 이루어진 콘서바토리의 산물입니다.

앞으로도 음악대학과 콘서바토리의 차이는 점차 벌어질 것 같구요...

기존의 유니버시티 내의 타성에 젖은 음악대학과, 살아 숨쉬는 콘서바토리 형태의 한국예종의 열매가 이를 차차 증명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각종 심사에서의 외부 인사 영입으로 공정성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국내의 구태의연한 콩쿠르와 각종 심사에서도 기존의 방식을 제고해야 할 사항이지요...

세종문화회관의 대관 심사에서 뇌물에 얽힌 부정이 드러나고 있지요...

고인 물은 반드시 썩습니다.

 

2011.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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