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타 서울 SNS/음악지 칼럼

음악계의 외부자들

Conductor 2016. 3. 7. 19:06

영화 내부자들이 천만 관객을 넘어서려 한다는 소식이다.

      

일단 경제 불황으로 인해 갈수록 어려워지는 문화계로서는 매우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 할 수 있다. 내부자들의 소재(素材)가 된, 조국일보 논설주간, 미래자동차 회장, 신정당 대권 후보의 세 부류가 사회를 자신들의 의도 하에 마음대로 재단한다는 픽션인데, 영화 내의 다음 멘트가 매우 흥미로운데 필자도 칼럼에 인용하고 싶다.

 

이 영화의 내용이 만일 사실과 유사하면 우연(偶然)의 일치일 뿐이다.”  

 

사회 분위기나 돌아가는 상황을 국민들이 파악하는 데 가장 유용한 장르는 영화이다. 당대(當代) 국민들의 관심사도 알 수 있으며 특히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파급 효과는 지대하여, 각종 패러디도 양산(量産)되는데, 이 상황을 음악계의 내부에도 대입해보고자 한다. 사회의 천시(天時)란 각 부문에 거의 같은 패턴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영화와 동시대(同時代)에 발생한 음악계의 가장 큰 사건으로는, KBS교향악단과 서울시향의 양대(兩大) 교향악단 사태를 꼽을 수 있다. 이 또한 음악계 내부의 일에 지연, 학연 등 각종 연으로 연결된 정치권력의 입김이 작용하여 갖은 풍파의 시초가 되며, 이 낙하산(落下傘) 인사에 일정 부분 공범내지는 종범 역할을 한 몇몇 음악계 인사들과, 매스컴의 문화부 기자들이 등장한다. 또한 거대기업들의 스폰서 역할도 있게 된다.  

 

하지만 음악인을 배제(排除)한 정치권력의 음악계 재단은 결국 실패로 끝나, 양대 교향악단은 각종 추문(醜聞)으로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긴 채, 현재는 풀기 어려운 난제만 남기고 미래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특히 서울시향은 외부의 지적과 음악계 원로, 평론가들의 권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리그를 구축하다가, 내부자에 의해 외부로 난맥상과 비리가 표출되면서 정명훈 지휘자의 볼썽사나운 퇴진(退陣)을 연출하기도 한다.

      

정명훈 지휘자 사퇴 이후 모 일간지 사설(社說)에는 이런 내용이 실렸다  

 

음악계가 정명훈의 뒤를 이을 재목을 키우지 않았다는 직무유기성 지적이다. 여기서 음악계를 지칭함은 특정 부류나 어느 계층을 의미하는지 그 대상이 불분명한데,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음악계를 대표하는 집단은 단연 한국음악협회이니, 그 신문 사설이 지목한 대상은 공적단체인 한국음악협회의 무대응과 무대처, 무기력을 짚은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로써 한국음악협회의 분골쇄신(粉骨碎身)과 근본적인 개혁에 대한 요구는 음악인은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숙제가 되었다  

 

또한 양대 교향악단의 파탄 사태에서 침묵하거나 성명서 한 장 발표하지 않은 음악계의 각 협회 등과 매스컴, 음악지, 음악평론가라고 자처(自處)하던 자들은 저널리즘을 벗어나, 이미 그 존재 이유를 상당 부분 상실했다. 이들의 역할은 음악계의 자정능력을 고취하며, 잘못된 진행이나 무지한 정치권력의 점령군 완장 식 간섭의 차단(遮斷)으로, 음악계의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결국 음악계 내부 전문가들의 소리는 거대언론에 의해 묻혔고, 영화 내부자들의 연결고리와 비슷한 상부 인사들은 침묵으로 일관(一貫)하며 도리어 박수부대로 전락(轉落)한다. 기자에 의한 음악계 평과 어설픈 리뷰는 당연시되었고, 연주의 질이 형편없는 외국의 교향악단이나 용병 비빔밥 교향악단에 최대의 찬사와 촌극(寸劇)에 가까운 기립박수 뉴스를 낭만적으로 전하며, 내한한 외국 음악인들로 하여금 한국의 음악계 수준을 우습게 보는 계기를 만든다.  

 

음악계의 공적단체(公的團體)들 수장(首長)에는 외부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여, 음악인들은 파퓰리즘의 무지한 행정권력 밑에서 예술가의 본질과 자유로움을 잃고, 무표정한 연주와 기진맥진함으로 일관하며, 이 상태를 몇몇 언론과 기자들이 합세하여 사정없는 질책을 일삼았다. 또한 전직 경제계 인사들이 좌지우지하는 단체의 단원들은 여지없이 로마제국시대 검투장의 검투사 신세로 전락하여, 동료들끼리 피 튀기는 싸움판을 벌여, 예술은 말살되고 황금만능의 묘기(妙技)만 남아 상대를 죽여야 산다는 짐승의 우리로 화한다.  

 

음악계는 사공도 없이 표류(漂流)하며, 개인은 아무런 힘도 없어 음악계 외부 인사들에 의해 파리 목숨으로 화했는데도, 이미 대응할 힘도 지혜도 상실했는지 무기력한 상태이다. 대중음악계라면 절대 용납되지 않는 현실로서, 이 모두 음악계 내부가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합하지 못한 대가이지만, 결국 음악계 내부의 복잡미묘한 일은 문외한(門外漢)인 외부인들은 더욱 해결할 수 없음을 증명하고 만다. 고로 음악계 일은 음악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일본 제국주의 최대의 죄악은 이웃나라 내부 사정이 어떠하든 외부자들이 점령해 좌지우지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음악계가 배울 점은 이러하다.  

 

예술이란 원래 예술혼에 의해 배고픔과 가난을 참고 일어난 문화이다. 어느 순간 비단보료 위의 음악으로 화하며 그 맛에 걸신들린 서커스단의 묘기백태가 음악계를 휘두르게 되었고, 본질을 잃고 결국 외부자들에 의해 통제를 당하면서도 허리를 굽실거리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런 자들은 지금이라도 예술의 가면(假面)을 벗고, 순수한 음악에의 본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차피 이제부터는 전 세계 경제 불황으로 그들만의 리그 밑에 있든, 자유로움을 택하든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다. 최소한 대대로 선배 예술가들이 가졌던 예술혼은 찾아야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후배들에게 손가락질 당하지 않는다. 후세(後世)는 반드시 예술혼을 버린 선배들의 비겁함을 영화 내부자들같이 철저히 파헤치며 역사(歷史)의 기록으로 남긴다   

 

끝으로 음악계 수장의 낙하산 외부자들은 예술 위에 올라선 완장 노릇이 아니라 최고의 예술을 끌어내는 보조자 역할임을 깊이 숙지(熟知)하기 바란다. 그것이 양대 교향악단 사태에서 어렵게 터득한 반면교사의 교훈이다. 예술은 길고 외부자들의 인생은 짧다.

 

에듀클래식 20163월호 뮤직 크리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