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타 서울 SNS/음악지 칼럼

12 첼로 한국화의 편곡 작업에 대하여

Conductor 2015. 2. 21. 10:16

<탁계석, 최영철의 홈닥터 시리즈>

 

12 첼로 한국화의 편곡 작업에 대하여  

 

탁계석 평론가: 사람이란 안 해본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쪽과, 무관심이나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요. 12첼로 한국화 작업을 위해서는 우선 악기의 특성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겠군요.

 

최영철 지휘자: 그렇지요. 첼로라는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흡사한 소리를 내며 악기 모양 자체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음역이 가장 넓은 대의 악기에 속해, 고음에서 저음까지 자유자재로 낼 수가 있지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악기이고요. 자연히 어느 음악이든 자연친화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악기입니다. TV의 상품 광고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탁계석: 편곡이나 작곡을 할 때 무엇에 유의해야 할까요. 기존 창작이 연주가들의 테크닉에서 부조화를 느끼게 하고 현대창작은 청중에게도 외면당하는데요. 또 연습 시간 같은 효율성, 경제성도 무시할 수 없잖아요.

   

최영철: 대중음악을 하는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 모 악단장이 편곡을 하는데, 가장 쉬운 음역과 쉬운 멜로디로 편곡하여 가수나 연주자가 연습을 많이 안하고도,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답니다. 반응과 효과는 아주 좋았고요. 이 악단장은 많은 곳에서 편곡 의뢰가 들어와 항상 바빴답니다. 오래 전 한국 창작을 우리 정기연주회에서 하게 되었는데, 자체의 연주보다 작곡가의 연주 연습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주객이 전도된 연습을 한 적이 있어요. 물론 연주가 어렵고 곡도 난해한 만큼 관객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요. 

 

탁계석: 12첼로는 베를린 필 12첼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어떤 분들이 연주하고 그들의 레퍼토리 음반 등 프로필을 좀 알고 싶군요 

 

최영철: 베를린 필하모니의 12명 첼로 단원들이 모여 결성한 첼로 앙상블입니다. 그들은 세계 각국의 작곡가들에게 의뢰한 작품들을 연주하는데요. 각 나라의 편곡 작품들이 골고루 모여 있습니다. 레퍼토리는 다양해서 영화음악부터 올드 팝송, 세미클래식 등 모든 장르를 취급하고 있어요.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본격 클래식 음악은 없는 듯했습니다. ㅎㅎ 

 

탁계석: 이들이 연주하는 악보들은 어떻든가요?

   

최영철: 매우 다양해서 12명의 첼리스트가 각자 다 솔로의 기능을 갖고 있어요. 1주자, 2주자의 구분이 없을 정도이고요, 12번째 주자가 가장 중요한 멜로디를 연주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지요. 오케스트라도 앙상블도 저마다 수석주자를 하려 하는 것은 후진적 음악 형태입니다. 콩쿠르도 입시도 교육도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예술의 특성을 무시한 세계 10대 교향악단이니, 아시아 최고 운운하는 무지한 말도 떠돌지요. 우물 안 개구리의 독백입니다. 

 

탁계석: 12첼로를 생각하면서 충분한 시장성을 보았어요. 그래서 K-클래식 12첼로를 만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우선 순천 음악회를 시작으로 전국의 공연장에 마케팅에 나서볼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좋은 우리 레퍼토리가 함께 해야 할 것이고요 

 

최영철: 우리가 그간 너무 서양 레퍼토리에만 매달려 고루하고 나태한 경향을 보였지요. 음악계 특히 작곡계 발전도 지지부진한 이유입니다. 어쩌면 줄서기에 급급해 문화 사대주의에 함몰된 전공자들과 클래식 팬들의 편향성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나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작품이나 편곡을 개발하느냐에 있습니다. 관객의 호응이 없는데 나 홀로 아리랑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탁계석: 클래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창의력과 독창적 콘텐츠로 생산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껏 우리가 키워온 기술을 빛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K-클래식 레퍼토리 작곡가를 찾고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한국 음악가들은 밥상에 수저까지 놓아주어야 접근하는 양반 체질인데, 그러다 정말 많은 음악가들이 굶어죽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적극성을 띄어야 합니다.

 

아무것도 없으면서 체면 차리고 자존심만 있다면 그게 바로 거지 되는 지름길이니까요   

존재에 대한 나의 인식의 거울을 깨야 합니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이쁘냐~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