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최영철의 홈닥터 시리즈>'음악세계 심층분석'
<탁계석, 최영철의 홈닥터 시리즈>‘음악세계 심층분석’
危機(위기)의 음악가 생존전략은?
습관은 눈송이가 쌓여 지붕을 허무는 것처럼 무섭다
웰빙코리아뉴스
정리; 장현식 기자
영화 ‘ 명량’은 絶體絶命(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대처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순신 리더십은 ‘分析(분석)’을 토대로 한 치밀한 戰略(전략)과 ‘戰術(전술)’이다. 13척의 배로 수백 척을 물리친 키워드는 바로 必死卽生 (필사즉생)이다.
음악계가 위기를 맞으면서 수십 년 배운 音樂을 접고 轉業(전업)하거나 애초 길을 잘못 들어서 時限附(시한부) 연주 生涯(생애)를 마감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많이 보인다.
음악평론가 탁계석 K-클래식조직위원장과 지휘자 최영철 첼로학회장이 ‘탁계석 최영철의 홈닥터 진단’ 시리즈 심층분석을 통해 그 치유 방법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엄청난 유학의 결실을 성급히 묻어 버리지 말아야
탁계석 (음악평론가 사진 좌): 지난번 ‘애국가 3도 낮춰 부르기’와 KBS 교향악단 법인화 전환의 갈등이 전문가 진단으로 일단 수면 아래로 갈아 앉은 분위기입니다.
저의 블로그에만 하루 1,700명이 넘는 조회를 기록하면서 많은 분들의 共有(공유)가 있었고 격려도 받으면서, 음악계 현안 문제에 대해 정밀한 심층분석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최영철 (첼로학회장, 지휘자) : 그렇지요. 위기 상황 돌파를 ‘환자’에 비유해 본다면 문제는 더욱 명료해집니다. 사태가 重(중)할수록 전문의를 찾는 것은 상식이지요. 문제는 자기의 고통이 언제부터, 어디에, 어떤 것에 속한 것인지 잘 모른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마치 자각증상이 없는 것 중의 하나로 癌(암)을 들 수 있지 않습니까.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하는 것들이 病(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음악 현상들 특히 연주가의 습관과 자세에도 있는 것이거든요.
탁계석: 요즘 일자리 창출이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힘들기 때문에 유학을 다녀와서 公共(공공)이든 民間(민간)이든 오케스트라에 입단하는 것이 큰 일자리로 여겨지는 상황인데요. 문제는 자칫 잘못 하다간 불과 1~2년 사이에 급격하게 연주력이 무너져 개인 독주자로서 뿐만아니라 오케스트라를 옮겨 다니다 적응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음을 봅니다.
최영철: 우선 鉉(현) 파트의 경우, 막 귀국하고 귀국 독주회를 마친 연주자는 곧 생업으로 오케스트라를 전전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현악 앙상블의 경우 근 20년이 넘다보니, 참여하는 연주자들의 기량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지요.
그런데 바로 말씀하신대로 1, 2 년 사이에 기량이 급격하게 저하된 연주자를 가끔 봅니다. 다른 멤버들과의 앙상블과 소리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결국은 타인들까지 그 변화를 알아차리게 됩니다.
여러 원인과 이유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은 오케스트라 내에서의 잘못된 보잉(bowing)은 독주나 앙상블의 세밀함과 견고함을 무너뜨려 결국 활이 떨리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일반인도 이해를 쉽게 하자면 독주나 앙상블 때와 달리 오케스트라 전체가 하는 연주는 마치 공동책임은 무책임일 경우가 많은 것과 같아요.
이런 오케스트라를 연습 한 뒤의 팔이 원 위치를 찾을 때까지는 두, 세 시간 開放鉉(개방현) 위주의 안정된 기초 보잉 연습을 필요로 하지요. 그런데 하루 종일 오케스트라 연습과 공연을 한 후 파김치가 되어 돌아 온 연주자가 거기에 家事(가사)까지 맡아야 한다면 이런 기초 연습을 통한 크리닉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날이 갈수록 정상 회복을 위한 기초 연습량 부족의 積滯(적체)가 쌓이면 독주나 앙상블에 참가할 자신감부터 잃게 되는 것이죠.
녹음 하는 최영철 지휘자, 녹음은 연주가를 가장 진정성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습관은 눈송이가 쌓여 지붕을 허무는 것처럼 무섭다
탁계석: 눈송이 하나는 훅하고 불면 날아가지만 쌓이면 지붕을 무너트리는 것이나 직장일로 운동 부족이 肥滿(비만)을 부르는 이치이군요. 그럼 관악도 그런 증후군을 겪게 되겠군요.
최영철: 당연히 그러하죠. 관악의 경우 오케스트라에서 중요한 ‘솔로(Solo) 파트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음으로 매우 중압감이 큽니다.
때문에 지휘자와 동료들의 앙상블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지요. 이를테면 트럼펫이 한 순간 방심해 틀린 소음을 낸다면 그건 청중도 다 알지 않겠어요.
20~30년 전엔 시향 연주에도 더러 그런 현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청중이 알 정도로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연주가 끝나고 나면 틀린 부분이나 앙상블이 안된 것에 대해 서로 말없는 눈총을 주지요.
그리고 오케스트라에서는 자신만의 個性(개성)은 죽여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모든 연주자 중 오케스트라 특정 관악기 연주자는 수명이 짧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지휘자에 따라 음량의 조절에 무리가 오면 피스에 닿는 입술이나 숨의 조절에도 문제가 생겨요.
오케스트라 악기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체험이 없는 지휘자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고요. 관의 음량 조절에 대한 이해 없이 지휘자가 무작정 요구만 하면, 상대적으로 커진 소리만큼 현악기 연주자들은 무리를 하게 되고, 어깨는 점차 傷(상)하며 보잉엔 힘이 들어가게 되지요. 좀 전에 탁선생께서 눈송이... 비유를 드셨는데 나쁜 습관과 무리함이 누적되면 어깨가 상하거나 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뭔가를 느낄 겨를도 없는 일상의 분주함이 병을 키우는 것이죠.
탁계석: 결국 음악을 아는 지휘자(?)와 음악을 모르는 지휘자(?)로부터 단원들이 받는 영향은 크게 차이가 있다는 것인데요. 엊그제 기상천외한 오케스트라 동영상을 하나 보았는데요. 지휘자가 극적인 엔딩을 하자 단원들이 갑자기 스프링처럼 함께 튀어 오르며 곡을 끝내자 청중이 큰 박수를 쳐대고 환호했거든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최영철(첼로학회장, 지휘자 사진 우): 저는 그 동영상을 못 보았습니다만, 원론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말씀드리자면 모든 클래식 음악에는 殘響(잔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잔향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단원들의 미세한 움직임도 용납하지 않으며 관객들의 박수도 금하지요. 잔향이 사라질 때까지 그 음악은 진행되는 중입니다.
그런데 음악은 도외시하고, 관중용 깜짝 쇼에 몰두한 연주를 뭐라 해야 할는지요? 또한 관현악기 연주자들은 갑자기 연주 자세가 흐트러지면 반드시 음정이든, 음색이든 변화가 옵니다. 급한 동작에서 오는 실수로 연주자나 악기가 傷(상)할 수도 있고, 연주자들이 그 동작을 준비하는 순간 이미 음악의 진행은 끊어졌지요. 마지막 音이라 하더라도 끝까지 지켜져야 할 음악에 대한 진지함과 책임감은 버려졌다고 보여집니다.
현명한 연주자 진로에 신중한 판단으로 成功, 조력자의 도움도 필요
탁계석: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현악 주자 중에서는 이런 걸 미리 알고 그 길을 피해가면서 성공한 아티스트로 가는 참으로 똑똑한 젊은 연주가들도 많이 늘고 있더군요, 아예 유학을 안 가고 바로 현장에서 살아남는 현상의 기류도 느껴집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내가 가진 판단의 네비게이션이 뉴 버전이냐 낡은 것이냐 차이일까요?
최영철: 아니예요. 그보다는 훨씬 심각하죠. 네비 버전의 차이는 효율성 즉 시간과 속도의 문제이지만 연주가의 경우는 돌아올 수 없는, 즉 유턴이 안 되는 원웨이(One Way)란데 치명적 결함이 있지요. 앞서도 말했지만 그걸로 끝나는 겁니다. 유학을 갔다 온 후 바로 오케스트라로 들어간 연주자는 결국 은퇴할 때까지 귀국 독주회 한 번도 열지 못합니다. 오케스트라 오디션용 유학을 한 셈이지요.
오케스트라 생활을 오래 하면 그 전 유학 기간의 공부와 연습은 대부분 유실되고 맙니다. 그런 고비용 저효율과 시간 낭비를 바로 현장에 투입한 경우이지요. 결코 오케스트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연봉이 안정되었든 아니든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면서 자칫 몽땅 잃을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알리자는 뜻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기량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요.
이미 한국의 연주계는 외국에서 逆(역)유학을 올 만큼 성장했어요. ‘유학기간이 5년이면 귀국한 후 자리 잡는데 10년 걸린다’ 라는 말이 음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이 젊음의 황금기를 누구는 허비하고, 누구는 알차게 단축해 현명한 길을 가고... 한 연주가의 일생뿐만 아니라 뒷바라지한 가족과 주변을 헝클어 놓는 큰 파장의 문제입니다. 이로 인한 정신적, 경제적 폐해도 심각하구요.
탁계석: 그렇게 말씀하시니, 몇 해 전 바이올리니스트 독주회를 본 후 K- 클래식 아티스트 회원이 되었는데요. 자주 연주 기회도 주고 가벼운 코멘트만 해도 연주가로서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을 보았어요.
양평서 텃밭 농사를 지으며 깨닫는 게 많은데요, 고추 모종을 심고 자라면 지지대를 만들어주거나 끈으로 한, 두 번 반드시 묶어 주어야 뿌리가 흔들리지 않고 내리거든요. 음악을 모르는 가족들이 해 줄 수 없는 부분이지요. 그렇다고 유학 까지 다녀와 옛 선생님께 봐달라 할 수 없고요. 결국 자기 판단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데.....
이번에 첼로 앙상블이 레코딩을 하였는데요. 팔리지도 않는 녹음을 하느냐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역시 혼자서는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어려운 작업인데요.
최영철: 음악을 돈에 얽힌 경제논리로만 생각하면 그렇지요. 하지만 녹음에 임하는 연주자는 혼신의 힘을 다하고 연습을 합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初心(초심0의 예술혼을 다시 찾고 자신의 연주 기능을 점검하는 귀한 계기가 되지요. 그리고 땀을 흘린 뒤 연주가로서의 자부심을 다시 찾게 됩니다.
사실 우리 첼로 앙상블이 20년이 넘어 한번 돌아보는 계기를 가지려던 생각도 있었고요. 한 단원은 앙상블 연습이 너무 좋아 자신이 다니는 오케스트라 연습도 취소하고 오기도 했습니다. 하루 연주회로 사라지는 많은 것보다 길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녹음을 선택한 것이지요.(http://www.youtube.com/watch?v=Ex7HSuBW6U0)
송 오브 아리랑을 연주하는 스페인 밀레니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탁계석: 그러니까 운동선수도 그렇고 화가의 크로키도 그렇고, 음악가도 늘 건강을 체크 받고 의사의 의견을 받는 홈닥터 시스템을 음악계도 받아들여야겠군요. 여기에 심리치료도 필요하고, 정말 할 일이 많은 것 같군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지요.
최영철: 예 감사합니다. 어떤 병이든 일단 정밀진단이 필요하고요. 이후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 음악계는 선장 급들부터 자기 살기 바빠 대책 없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험이 축적된 숨어 있는 名醫(명의)들의 지혜를 빌려야 합니다.
정리; 장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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