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발레 이상한 챔버 오케스트라를 관람하고...”
“코믹 발레 이상한 챔버 오케스트라를 관람하고...”
최영철 / 사)카메라타 서울 이사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HA Multikulturelles Orchester e.V. Germany 수석 객원 지휘자, 음악평론가
막이 오르면 도시를 배경으로 의사·청소부·군인·경찰·목사·요리사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군무를 춘다. 음표 모양의 의자들이 내려오고 무용수들은 오케스트라 형태로 앉아 청진기·빗자루·소총·호루라기·십자가·국자 등 각 직업을 대표하는 소품들을 꺼낸다. 아다지오 관현악곡에 맞춰 소품들은 악기가 되어 오케스트라처럼 연주를 시작하는데, 잦은 실수로 오케스트라가 화음을 이뤄내지 못하자 사람들은 서로 다투기 시작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종 직업인들이 하모니를 이루며 공동체가 돼 가는 과정을 오케스트라에 빗대 그리는 크로스오버 창작발레 <이상한 챔버오케스트라> 공연이 다음달 3~5일 예술의전당 씨제이토월극장에서 열린다.
오케스트라는 본래 ‘춤추다’라는 뜻의 희랍어 ‘오케스타이’에서 나온 말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연극에서 합창단이 노래하고 춤추던 장소를 ‘오케스트라’라고 불렀다. ‘지우영 댄스시어터 샤하르’의 지우영 단장은 이런 어원과 함께 한 사회의 구성이 오케스트라와 같다는 이중적 의미를 토대로 새로운 창작발레를 만들어냈다.
<이상한 챔버오케스트라>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반목과 갈등, 소통과 화합의 과정을 춤과 음악, 연극, 애크러배틱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예술로 표현한다. 지휘자 역을 맡은 발레리노 이원철 등 전문 무용수들과 카메라타서울 오케스트라의 연주, 성악가 이상주·민현기·이혜경 등의 노래, 피아니스트 지선영의 연주가 무대에서 어우진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6번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또 중간중간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인기 꼭지였던 ‘발레리노’를 패러디한 장면 등이 등장해 소소한 웃음도 자아낸다.
지우영 단장은 “소규모 오케스트라라는 의미의 챔버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최소한 20명 이상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웃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붙인 제목”이라며 “2시간이 넘는 다소 긴 작품이지만 33개의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묘사, 휴머니즘과 코믹함이 어우러진 스토리, 다양한 장르의 융합공연 등 볼거리가 충만해 가족공연으로도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 한겨레신문의 문화 기사 중 -
댄스시어터 샤하르의 지우영 단장과 기획 전문가 김수완은 평소 문화계 일로 자주 만나는 사이이다.
그런데 이들을 만날 때마다 언제나 드는 생각이 있다.
“오늘은 무슨 기발한 발상을 펼치려나?”
문화계 오랜 세월을 겪으면서 이렇게 참신하며 새로운 기획을 가져오는 사람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두 사람이 드디어 일을 벌여 이상한 챔버 오케스트라의 막을 올렸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려 SBS 문화가 중계에서 10월 8일 새벽 4시와, 10월 31일 오후 2시 10분에 방영하여 공중파를 탄다.
근래 문화계는 경제 불황에 따른 여러 어려운 상황에 놓여, 과거방식의 안일함으로 일관하던 문화단체들은 차츰 문을 닫고 있다.
그만큼 자생력을 상실하고 정부나 기업에만 의존하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러한 문화 현실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기존의 식상한 프로그램과 무한 반복의 재탕, 삼탕의 공연은 지양해야 하고,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며, 현 시대의 최대 이슈인 융합의 의미가 담겨야 사회 각계각층과 더불어 참여할 수 있으며 관객의 외면을 피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샤하르의 융합의 문화 기획은 매우 진보적이며 의미가 있으며,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된다.
앞으로 이 융합의 기획을 더욱 발전시키고 보완하여,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해외에까지 수출하여 문화 각 분야에서 한류문화의 확산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문화에만 그치고 연주에만 그치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문화를 통한 사회 화합과 융합을 이루는 긍정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 일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문화계 몇 십 년 결론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 세대에서는 보다 다양한 기획으로, 이 한계를 극복해내리라는 희망 섞인 기대를 가지게 한 멋진 공연이었다.
지우영 단장과 김수완 기획자가 이번 공연을 초석으로 하여 열정적인 다음 공연을 기획할 때에는, 카메라타 서울의 오케스트라가 MR을 배제한 모든 음악을 담당하고, 본인도 무대에 서서 실제로 무용수들과 오케스트라를 지휘해야 할지 모르겠다.
성황을 이루었던 모든 관객과 함께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