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 혁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지요
사단법인 카메라타서울 최영철 첼로학회장
"음악계 혁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지요"
<강사 발품 파느라 시간 보낼 수 없는 상황>
탁계석 평론가: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음악계 혁신 카드가 절실히 필요한 때인데요.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고 실행이 따라야 하는 문제이고... 뭐가 문제이며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診斷(진단)부터 좀 해주시죠.
최영철 회장: 이제까지 음악인들이 학교나 정부의 기금, 기업에 의존했지 자생력을 키우는데 소홀히 했지요.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해 稅源(세원) 자체가 고갈되어 가고 있어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경제가 어려우면 문화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데 세계적 상황이 그러하니 쓰나미처럼 밀려 올 것이란 예측이 가능한데 이미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거든요.
탁계석 평론가: 음악가들의 인식 전환이 절실한 때이군요. 예전과 달리 유학에서 돌아와 時差(시차) 적응 할 틈도 없이 하루라도 빨리 안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최영철 회장 : 네, 그동안은 이곳저곳 강사 자리 알아보느라 발품도 팔아야 했고 고생이 심했지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획일적인 방식의 전철을 밟았습니다. 그래서 3~4년 허비하고 나면 지쳐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죠. 여성의 경우 혼기를 놓치고 집에선 짐이 되고, 결국 그게 허송세월이었구나 하는 상황을 우리가 이젠 충분히 경험한 것 아닙니까.
솔직히 머리 좋고 판단력 빠른 요즘 젊은 아티스트들은 안 그래요. 학교부터 접고 자기가 살아 갈 길 뚫는 거예요. 그래서 현장에 있는 저를 찾아옵니다.
제가 뭐 크게 한 것은 없지만 나름대로 과포화 상태의 음악계 출구를 찾는 것으로 보이나 봅니다. <웃음>
<인터넷, 페북, 트위터 등 활용해 정보 교류해야>
제가 조언해 주지요. 학교 대신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라. 아이디어를 짜 내고 남들이 어떻게 하나 살펴보라고 하죠. 그리고 인터넷, 페북, 트위터부터 배워라. 얼마나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줄 아느냐고 말해줍니다.
그러나 현장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요. 기존 스폰서에 의존했던 악단 단원들이 저희 사무실에도 자주 방문하는 것은 정말 위기 상황이구나 하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탁계석 평론가: 갓 귀국한 뮤지션들이 혼돈과 방황을 하면서 하루 속히 자생의 뿌리를 찾아야겠지만 생존율이 극히 미미합니다. 음악계 리더들이 좀 길을 열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최영철 회장: 그래서 이번에 우리 음악 현장 경험이 충분한 분들이 모여서 음악계 사기 진작도 시키고 뭔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뜻에서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활동하는 앙상블을 확대해 보려고 합니다.
탁계석 평론가: 그간 오케스트라나 예술의전당 등 규모에 집착했던 관행에서 보면 실내악이야말로 저비용 고효율의 처방이 될 것 같군요.
최영철 회장 : 저부터라도 그동안 우리가 너무 흥청망청 거품에 살았지요. 큰 공연장에서하면 마치 大家(대가)가 된 양 우쭐한 것도 사실 아닙니까. 여기에 클래식은 이제 수준이 높아져 한국 음악가 티켓 판매가 더욱 어려워졌어요. 외국은 우리보다 경제가 더 어려우니 이들이 싼 값에라도 한국 시장에 밀려오고 있는 겁니다.
탁계석 평론가: 어제 저도 오페라 보았는데 지휘 연출 무대 감독 거기다 성악가도 이태리 본 고장 사람들이 독차지 하고... 이렇게 한번 높아진 관객의 눈은 우리 아티스트 수준과 관계없이 외국 오리지널 클래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죽어라 공부해왔는데 대학 문은 닫히고 무대도 외국 사람에게 빼앗기는 허탈감만 남는 거죠. 그래서 시장 돌파를 위해 저도 그들이 할 수 없는 K- 클래식 운동을 펼치는 겁니다.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는 실내악 운동 펼칠 터>
최영철 회장 : 탁 선생께서 K- 클래식운동 펼치는 것 전적으로 공감하고 저도 찬성입니다. 제가 3년 전 베를린필하모니 홀에서 임준희 작곡가의 “댄싱 아리랑”을 연주했거든요. 제가 거기서 베토벤 “운명” 했으면 무슨 의미가 있었겠습니까? <웃음>
그리고 큰 규모의 연주는 경제 불황 때문에 어려워요. 그래서 소극장 앙상블 운동을 하려는데, 우선 양평군립미술관과 서울의 비전홀, 신사동 아시아고 홀과 제휴를 맺어 연중 내내 하려고 합니다. 이미 7~8팀이 신청을 했고, 계속 이어 프로그램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인데 3월 29일부터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탁계석 평론가: 대학 줄서기에서 현장 줄서기로 패러다임이 바뀌겠군요.
최영철 회장 : 재원이 고갈된 지자체에서 이미 결원 단원 보충을 하지 않고 축소하는 움직임이전국적으로 감지되고 있는데요. 지난번 부천시향 문제가 뉴스화 되지 않았습니까. 돈이 말라가니까 문화예산이 죽는 겁니다. 공공 단체 안에서 안일하게 있으면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탁계석 평론가: 그렇게 되면 안 되지요. 실제 진주시립합창단이 시장의 마인드 부족으로 단체가 해산된 것을 보면 위기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대학 강사 대우해주라 한 MB 정부의 정책이 역효과로 나타나 강사 퇴출, 겸임교수 선호라는 비켜가는 카드를 내놓음으로써 문제가 야기될 것 같은데요.
최영철 회장 : 비용이 드는 모든 활동은 하기 전에 깊이 생각을 해야 하니까 앞으로 독창회, 독주회 아무리 해도 학교하고는 무관 한 것이 된다면, 앞으로 전공은 물론 유학도 엄청나게 줄어들 것을 예측해야 합니다. 대학 역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상황이 오겠지요. 어려운 때 함께 살자는 정신이 필요한 것인데 말이지요.
탁계석: 우선 음악계 리더들이 모여 토론을 하면서 새로운 방향 제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리더십을 발휘해 후배들을 끌어 주었으면 합니다.
최영철 회장 : 저희 첼로학회에도 수많은 전공자가 있고 또 아카데미를 통해 아마추어 교육을 합니다. 아마추어 시장은 이미 유럽의 경우와 같이 성장 시장이니, 프로다 아마추어다 경계를 긋지 말고 음악의 본질에 접근한다면 관객과 시장은 얼마든 늘어 날 수 있겠지요.
탁계석: 앞으로도 더욱 활발한 활동으로 단체 리더십을 보여주시고 음악의 사회화를 위해 노력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최영철 회장 : 감사합니다.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