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아마추어
1975년 베네수엘라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음악을 위한 사회 행동을 조직하여, 그 감독이 되었다. 그는 1979년 국가 음악상을 수상했다. 1995년 아브레우는 유네스코에서 국제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국제 네트워크의 발전을 위한 특별 대사로 임명되었으며, 유네스코의 "세계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운동" 산하 특별 대표도 맡았다.
102개 청년 오케스트라와 55개 유소년 오케스트라로 구성된 이 네트워크(인원수로는 약 100,000명에 이른다)는 나중에 가족보건체육부의 감독을 받게 되었다. "엘 시스테마"의 목적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재활하고 범죄 행위를 예방하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음악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마약과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빈민 아이들을 구해준 것으로 유명하다. 이 프로그램으로 국제 무대에 선 사람으로는 구스타보 두다멜, 에딕손 루이스, 호엔 바스케스, L. 미겔 로하스, 에드워드 풀가르, 나탈리아 루이스 바사 등이 있다.
2007년 9월 차베스 대통령은 아브레우와 함께 텔레비전에 출연하여 "음악 전도"(Misión Música)라는 새 정부 계획을 발표했는데, 베네수엘라 어린이들에게 악기와 음악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엘 시스테마를 다룬 "연주하고 싸워라"(Tocar y Luchar , 2004년)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나왓다. 이 영화는 알부케르케 라티오 영화제나 아메리카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의 다큐멘터리"로 선정되는 등, 여러 상을 받았다. 2008년 폴 슈마츠니와 마리아 슈토트마이어가 같은 주제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엘 시스테마는 60분 같은 뉴스 프로그램에도 조명된 바 있다.
엘 시스테마의 중요한 결과물로는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관현악단이 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07년 카네기 홀에서 두다멜의 지휘로 데뷔하여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2007년 6월 6일, 아메리카 개발은행은 엘 시스테마에 미화 1.5억$ 융자를 승인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 목적은 2015년까지 500,000만명의 어린이를 지원하는 것이다.
2009년 엘 시스테마와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폴라 음악상을 받았다.
두다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각국을 돌며 각 나라의 음악가들과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 문제는 그 근본적인 취지에 가장 비협조적인 그룹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기존의 음악계 구도를 고수하고자 새로운 음악 활동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며, 실력은 없이 이들의 음악계 진출을 막는 외적인 차단 장치를 연구한다.
특히 타성에 젖은 구세대 음악가들에게서 더욱 발견되는데, 음악의 질적인 면보다 외형의 번잡한 학력 경력을 우선시하여 청소년들의 음악에의 의지를 소멸시키려 한다.
아마 우리나라의 대 오케스트라나 대 공연장이 초기의 엘 시스테마 출신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봉을 잡도록 허용했을까 의문이 든다.
두다멜은 현재 LA필의 상임 지휘자이며,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니를 비롯해 구미 메이저 오케스트라들의 초청을 받는 귀빈이 되었고, 그를 초청하려 독일의 지인이 감독하는 한 여름 페스티벌 사무국이 알아본바 이미 4 년여의 스케줄이 결정되어 있어 불가능했다고 한다.
엘 시스테마의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들보다 절대 낫지 않은 실력의, 이른바 우리나라의 자칭 프로 연주자들은 그 유명한 세계의 대 공연장이나 오케스트라의 초청은 감히 생각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이들에게 열린 마음과 음악을 성취시킨 엘 시스테마의 호세 안토니오는 이렇게 말했다.
'음악은 어린이가 앞으로 자기 삶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는 어린이들이 무엇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바로 그 일을 하기 바란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하든 오직 음악과 예술만이 줄 수 있는 인간적 측면을 간직했으면 한다.’
어린이만이 아닌 세상의 모든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말이다.
지극히 작은 경력과 모자란 인품을 숨기고자 구식 논리에 집착하는 우리나라의 닫히고 막힌, 자칭 프로이나 실상은 아마추어보다 못한 이들에게 필요한 말은 이것이다.
“음악은 출신 성분이나 종잇장의 포장이 아니다.”
엘 시스테마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티켓은 매진되는 반면, 이들의 연주회는 초대장 남발의 가족 친지들 잔치에 불과하여 연주장 품귀현상에 일조하는데, 이를 외국에서는 아마추어라고도 한다.
2011.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