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적 선택
인터넷과 음악 잡지들을 들여다보다가 음악계의 현실을 생각합니다.
내로라하는 번듯한 음악학교를 나와 유학까지 마친 인재들이 학생 구직광고를 냅니다.
레슨비 부담 갖지 말고 연락하랍니다.
그리고 연주계들 돌아봅니다.
이런 남다른 경력의 연주자들이 지금도 계속 귀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공 학생은 줄어갑니다.
학부형 입장에 서봅니다.
여러 가지를 검토하게 되겠지요...
일단, 실력이 있어야 하는데...
출신 학교도 좋은 학교라야 해...
콩쿠르 경력이 있어야 객관적 평가가 이루어지고...
연주 경험이 많아야 하고, 연주력도 봐야 하고...
실력만 있어도 가르치는 능력이 좋지 않으면 안 되지...
또 학생을 좋은 학교에 보낼 수 있는가가 상당히 중요하지...
어느 학부형은 실력은 없어도 학교만 잘 들여보낼 수 있으면 만사 오케이인 경우도 있지요...
가르치는 실력은 없는데 학교를 들여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봅니다.
그리고 학업을 끝낸 후 음악계 진출 시에 얼마나 혜택을 볼 수 있을까?
치열한 직업 전선에서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구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요즘은 학벌이나 경력은 대충 다 갖추었기 때문에 실력이 우선되기 시작했어요...
학벌과 경력이 아무리 화려해도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독주회를 잘했다 해도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곡만 몇 년에 걸쳐 억지로 겨우 만든 연주력은 앙상블이나 협연, 창의적 연주와는 별 상관이 없거든요...
실지로 내가 본 학생 중에는 음치였지만 그 부모의 열렬한 후원으로 일류학교란 일류학교는 다 나왔지요...
학업이 끝나고는 빈 무대입니다.
틀리게 인쇄된 악보, 어디서 다른 음을 연주하고, 박자가 어떤지 모르며 지휘하는 지휘자, 연주자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들 모두 배울 것 다 배우고, 좋다는 학교 다 나온 상태이지요...
음악의 기본 소양이 부족한 경우 아무리 세상 최고의 학교를 나와도 소용없구요...
연주는 잔뜩 굳어있고 음악도 굳어있는데, 좋은 학벌 경력이 무대에서 용납되지 않지요...
독주회 무대에 올라 줄이 틀리는 줄도 모르면서 연주 시작하는 일류 학교 출신도 많구요...
그런 선생 밑에서는 그런 제자가 나오겠지요...
선생의 음악적 소양 위에, 또 인품이 있습니다.
학생의 일생에 대한 가르침의 철학이 있느냐?
학생에게 전수하는 기능과 소양은 근시안적 효과에 치중하느냐, 길게 보는 눈이냐?
자신만의 예술과 연주를 갖게 지도하느냐?
그래서 독립을 시키고, 경쟁 심한 사회 진출 시에도 감당할 수 있게 가르치느냐?
어떻게든 자신의 휘하에 고정시키려 하는가의 유무도 살펴야 합니다.
연주자로 독립했을 때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는 선생도 있지요...
극소수이지만 편법에 능한 선생 밑의 제자는 그렇게 가더군요...
하지만 길게 가지 못하구요...
겉으로 드러난 휘황찬란한 광고가 먹히는 시절은 지났습니다.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음악활동이 중요합니다.
그 많은 노력과 세월, 힘든 지원과 경비를 들여 겨우 한 연주자가 탄생했는데요...
그 부모는 뒤늦게 한숨을 쉬는 경우도 있구요...
본인은 더하겠지만...
학생도, 학부형도, 사회 진출 후의 음악인으로서의 삶도, 그 후의 삶도...
쉽게 말하지요...
말년으로 갈수록 좋아져야 합니다.
하지만 가시적 성과에 국한된 가벼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래야 잘 심은 씨앗이지요...
근시안적 선택은 근시안으로 끝납니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배우고 가르치는 세계는 다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