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음악세계 초청 허브빌리지 야외음악회
제9회 음악세계 초청 허브빌리지 야외음악회
카메라타 서울 앙상블
길을 떠나는 여행자의 설렘과 서울에서 연천까지 줄곧 이어지는 절경은 허브빌리지에 도착한 순간 절정을 이룬다. 자연이라는 풍경 안에 음악이 있고 그 음악 안에 다시 눈부신 풍경이 열리는 과정을 체감할 수 있는 곳, 허브빌리지 야외음악회는 여느 음악회와는 달리 오감을 통한 감동과 기쁨을 두루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열리는 야외음악회만의 특별함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하나만을 언급한다면 천연 허브와 음악,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식사하는 즐거움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자연.문화 패키지 상품인 셈이다.
6월 21(토) 경기도 연천에 자리한 허브빌리지 문가든에서 열린 카메라타 서울 앙상블 야외음악회는 아마추어와 전문 연주가들이 함께한 특별한 자리였다. 프로그램 1부에서 카메라타 서울이 운영하는 한국첼로학회 부설 첼로아카데미 회원들이 무대에 올라 열정적인 앙상블을 선사해주었다.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차이콥스키 ‘안단테 칸타빌레’ ‘러브 미 텐더’ 등 정통 클래식과 팝, 크로스오버 장르 곡들을 연주했는데, 120여 명의 관객이 모인 자리라 꽤 긴장을 했던 탓인지 평소 실력을 100%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한 음 한 음을 진지하게 짚어나가며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에 관객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해주었다.
프로그램 2부에서는 첼로 콰르텟(김명주, 문지형, 정지인, 김시내)의 본격적인 무대가 펼쳐졌다. 특히 빌 더글러스의 ‘찬가’와 림스키-코르사콥의 ‘왕벌의 비행’, 엔니오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에서는 특별히 오보이스트 김학영이 참여해 완벽한 하모니의 진수를 들려주었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가르델의 ‘간발의 차이’, 퓌츠의 ‘탱고 열정’,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테마곡을 연주했다.
이어 슈베르트의 피아노 오중주 ‘송어’에서는 피아노 박숙련, 바이올린 최인철, 비올라 김혜용, 첼로 최영철, 콘트라베이스 이동혁이 참여해 정통 클래식 음악의 진수를 들려주었다. 허브빌리지 바로 옆을 휘돌아가는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감상하는 ‘송어’는 그 어느 때 듣는 것보다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야외음악회라는 특성상 연주자와 관객 모두 콘서트홀에서와는 달리 집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들었지만, 한편으로 평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선이 가는 곳마다 오밀조밀하게 자리한 꽃들과 나무들, 임진강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시원한 풍광들이 오감을 통해 상쾌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허브빌리지 야외극장에서 듣는 음악은 연주의 완성도를 떠나 그 자체로 유유자적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초여름날 저녁의 시원한 바람이야 관객에게는 반가운 친구이지만, 연주자에게는 한순간 악보가 그려진 종이를 획 낚아채는 다소 불편하고 불량스러운(?) 손님이기도 했다.
한 가지 아쉬움은 객석 맨 뒤쪽에 앉아 있는 관객까지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이크를 통해 스피커로 연주 소리를 전달하는 과정이 썩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어쿠스틱 악기 특유의 섬세한 뉘앙스와 음색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 간간이 발생하는 저역과잉 현상이 전체 앙상블 밸런스를 흩트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대형 야외음악회에서도 같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는 면에서 이러한 옥의 티는 그렇게 심각한 단점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허브향보다 진한 음악의 향기를 편하게 만끽하는 데 있어 이런 아쉬움은 금방 잊히기 쉬운 소소함에 불과할 뿐이다.
음악회에 이어 파머스 테이블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와인파티는 이날 음악회 관객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무료 서비스였다. 기분 좋은 추억을 담아 가는 가족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그대로 형형색색의 향기로운 허브였다.
- 음악세계 신동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