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타 서울 SNS/음악지 칼럼

“예술가 백혜선을 생각한다.”

Conductor 2007. 5. 27. 18:52

문화타임즈 칼럼입니다.


“예술가 백혜선을 생각한다.”

최영철 / 카메라타 서울 앙상블 대표, 한국첼로학회장


이름 : 백혜선
출생 : 1965년 06월 20일
학력 : 미국 뉴잉글랜드음악학교 대학원
직업 : 피아니스트
수상경력 : 한국음악상 (1999),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1위 없는 3위 (1994)
경력 : 앨범 Liebestraume : HaeSun Paik Plays LISZT (2003), Korean Virtuoso Series (2000), Salut D'amour 사랑의 인사 (1999), Debut (1998), EMI 전속계약 (1996), 서울대 음대 기악과 조교수 (1997), 뉴잉글랜드음악학교 유스오케스트라 솔리스트 (1982)
특이사항 : 서울대학교 교수직 사임 (2005)

이상이 피아니스트 백혜선에 관한 간단한 이력이다.
하지만 필자는 몇 줄 이력 속에서 그의 숭고한 음악에의 열정과 수많은 나날을 자기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여나간 흔적을 짙게 발견한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값진 경력을 볼 수 있다.
수많은 음악인들이 자기의 이력과 경력을 부풀리고, 심지어 없는 경력까지도 덧붙여 어떻게든 포장을 하려 하는 이 세태에서, 한 줄기 샘물을 발견한 것 같지 않은가?
물론 어떤 이는 자기 개인보다 소속 단체를 위해 할수없이 여러 경력을 내비치는 경우도 있다.
각설하고 여기서 필자가 토로하고 싶은 것은, 그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최고로 인정하는 모 국립대학교의 교수직을 아무 미련 없이 내던져버린 경력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음악계 구성원들은 물론 일반 범인들도 최고의 가치를 두고, 또 그를 위해 평생을 걸며 혼신의 힘을 다 쏟아 얻으려 하는 그 자리를 왜 미련 없이 던져버렸을까?
두 가지를 들 수 있겠다.
그 한 가지는, 남들이 최고로 여기는 그 자리보다 더 나은 다른 가치를 발견했을 수 있겠다.
둘째는, 그 조직 내의 안일로 인해 남들이 최고로 여기는 성취가 본연의 예술 혼에 부합하지 않아, 그로 인한 자기와의 싸움을 치열하게 벌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유가 어찌 됐든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참된 용기를 가진 진정한 예술가로 인정하고 싶다.
가장 강한 사람은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
자기와의 싸움에 번번이 패해, 무대에서나 음악계에서나 허울 좋은 명분만 걸머지고, 자리에 맞지 않는 큰 옷으로 인해 뒤뚱뒤뚱, 위태한 행보를 보이는 예술인이 어디 한둘인가?
최근의 음악계의 몇몇 잡음을 보아도 인간의 초라한 끈질긴 욕망이 빚는 결과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더 피곤한 것은 정작 자신은 그 맞지 않는 옷을 벗지 못하여 점차 주위나 후배들의 냉소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분들도 처음에는 건실한 의욕과 일에 대한 정열을 가지고 출발했을 것이나 더 이상 거론할 필요는 없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요즘 젊은 층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사회상에 프리터 그룹이라는 게 있다.
직업을 자기 의지대로 선택하며 자기의 생활과 자유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삶을 살아나가는 방식이다.
조직이나 단체의 소속감을 중요시했던 전통적인 가치관을 뒤엎는 새로운 발상이다.
사오정이니 명퇴니 하며, 동료들과 비정한 끝없는 경쟁을 볼모로 한, 각종 조직이라는 곳에 환멸을 느낀 새로운 그룹들의 삶의 방식이다.
이러한 삶은, 사실은 예술가들의 삶의 방식이었고 이를 실천한 음악인이 바로 백혜선이라고 볼 수 있다.
예술인 백혜선의 결정에 찬사를 보내며, 자기 자신만 아니고 음악계와 자라나는 후배들에게도 훌륭한 예술 혼과 삶의 여유를 전해줄 것으로 확신한다.
오늘도 필자의 컴퓨터 화면에 가득 담긴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지구의 모습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무한광대한 우주와, 소우주라 불리는 인간의 깊고 광활한 정신세계를 느껴 본다.

“우리 모두 허영과 쓸모없는 거품 걷어내고 훨훨 자유를 누려보자!”

2005.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