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일성호가는...
경제가 어려우니 음악계도 휘청거린다. 지방대학들의 실정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는 어떻든 살 방도를 찾아보지만 음악인들이야 배운 게 그것밖에 없으니 달리 다른 방도를 구하기도 어렵다. 문화란 곳이 사회의 다른 분야들이 발전해야만 빛을 볼 수 있는 태생의 한계를 가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살펴보자면 우리가 아는 클래식의 수많은 음악가들이 한결같이 불우한 환경 속에서 당대에는 비참한 생활을 했으나 길이 길이 이름을 남기며 불후의 명작으로 인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문화 단독으로 사회를 선도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된다. 역사를 살펴보면 그러한 예도 종종 있다.
요즘같이 복잡다단하고 꼬일 대로 꼬인 세상에서 음악인의 눈에 보이는 사회는 날로 점입가경인 듯하다. 인간의 속성의 가장 기본이 “네가 하면 나도 한다” 가 아닌가 싶다. 너 한번 치면 나도 한번 치고, “와 하면 뛴다” 하는 속담 말같이 무슨 일인지도 모르면서 모두들 왁자지껄하기도 한다. 나중에 알고 보면 별 일 아니다. 이걸 냄비 근성이라고 하던가?
감정의 동물인지라 감정을 건드리면 어떻게든 감정으로 맞선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자기는 감정이 상하면 길길이 뛰면서도 남 보고는 참고 따라야 한다고도 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이성이 마비되고 감정만 앞서는 세태가 되었는지 실로 개탄스럽다.
교도소에서 모차르트 음악을 계속 틀었더니 재범율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새삼 그리울 따름이다. 위정자들은 음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구와 멀리 떨어진 어느 행성의 얘기쯤으로 치부해 버리는 듯싶다.
그렇다면 사회에 대해 확실한 정신적인 개선 대안책을 제시하든지!
요즘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런 저런 이유들을 붙이는데,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간단하지 않은가? 서로 불신 때문 아닌가? 아무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 아닌가? 가장 중요한 신뢰가 깨어져 나타나는 현상들 아닌지?
클래식의 대대로 내려오는 음악은 변함없이 몇백년을 내려오고 있다. 여기에는 깨어지지 않는 음악에의 신뢰가 깔려있다. 요즘의 구미호같이 변하는 세상이 아니다.
권불십년이나 화무십일홍이 안 통하는 곳이 바로 클래식 분야가 아닌가?
우리 모두 진정한 예술의 길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모든 걸 정리하고 남해의 외딴 고도로 떠난 친구를 만나러 가던 배 위에서 잠시 시름에 잠긴다. 달 밝은 밤 일성호가의 음악이 겨레를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는가?
나라 전체의 존망이 풍전등화 같던 임진년,
섬나라의 포악무도한 대군을 단기로 맞서 결국 겨레의 앞날을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구하고
자신은 장렬하게 전사하면서도 자기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던...
만고의 충신이던 이순신 장군의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던 거북선의 실화가 어린 곳...
남해 바다의 물살을 가르는 현대식 철선의 갑판 위에서 옛 임진년의 무섭고도 쓰라린 겨레의 풍상을 생각한다.
조정에서는 예의 사색당쟁의 처절함 속에 서로 죽고 죽이기에 여념이 없었고...
나라가 송두리째 들려 쫓겨나가고, 백성들은 갈갈이 찢기고 밟힐 때에...
이름 없는 의병들만이 각지에서 겨레의 아픔을 같이했다.
반만년 역사의 어느 하루나 조용한 날이 있었을지?
겨레의 아픔은 우리의 역사 내내 그치지 않았고 결국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경험해야 했다.
그리고도 숱한 근대화 과정에서의 험난한 여정들...
아직도 이 민족의 깊이 숨은 한은 떨쳐지지 못하고 서로 아파하고 있다.
밀려오는 밀물의 많은 물소리와 같이 함성도 높여보고,
인적 없는 산속으로의 외로운 방황 속에서도, 이 겨레의 깊은 한은 풀리지 않는다.
그렇지! 마음껏 한을 내뿜어 보려무나!
그저 이 탓 저 탓하며 뿜어 보려무나! 그것마저 없으면 그 처절한 한을 어떻게 하겠는가!
훗날 강강수월래... 훠어이 훠어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 다시 부활할 때
서로 부여잡고 덩실덩실 춤추며, 갖은 풍상 같이 겪은 우리의 아름다운 산천을 노래하겠네...
흩어졌던 남녘 북녘 형제들 얼싸안고,
갈라졌던 동쪽 서쪽 사람들 정답게 어우러지는 때,
온갖 혹독한 시련도 마다 않고 겨레의 무거운 짐을 한 어깨로 감당하며...
달 밝은 밤에 홀로 시름에 잠겼던 옛 장군의 묵은 한도 풀리리라...
음악교육신문 칼럼